모술 탈환 작전의 명암…테러리스트들 유럽 유입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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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모술 외곽도로에서 15일(현지시간) 트럭과 승용차에 찬 수백명의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 민병대가 극단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로부터 모술을 탈환하기 위해 공격을 강화하면서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피난길에 나서고 있다. 쿠르드민병대는 모술을 둘러싸고 있는 12개 마을을 장악한 상태이다.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이라크 정부군의 전면전이 다가오면서 “이 도시에서 피란민이 100만 명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토마스 바이스 국제이주기구(IOM) 이라크 담당은 전화 인터뷰에서 “IS가 이라크 내 마지막 거점 지역인 모술을 지키기 위해 주민 수 만 명을 강제로 도시에서 쫓아내고, 이들이 전선에서 포위당하거나 심지어 IS에 의해 인간 방패로 잡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모술엔 16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이어 “화학 무기 공격도 있을 수 있는데, IOM은 아직 충분한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유엔 이라크 담당 인도주의 조정관인 리즈 그랑드도 “최소 7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피난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악의 상황은 도시 상당 부분이 파괴되면서 사람들이 수 개월간 피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이 40만 명을, IOM이 20만 명을 각각 수용하는 추가 피난처 설치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모술 탈환 작전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다. 이라크 쿠르드 민병대 페쉬메르가 시르완 바르자니 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다. 모술까지 접근하는데 2주, 모술 안에서 싸우는데 2개월이 걸릴 것 같다”라며 “기상 상태가 나빠 전투가 더 길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복 작전이 장기화 되고 이 과정에서 난민이 발생하는 상황이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자 유럽에선 다시 테러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외교관 출신인 줄리언 킹 유럽연합(EU) 안보담당 집행위원은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부군이 모술을 수복할 경우 IS 지하디스트들이 EU로 유입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절대적인 수가 많지는 않겠지만 소수의 지하디스트도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정종문 기자 pero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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