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의 조총 소리
귀에 쟁쟁 감겨 오는
다시 되놈 말발굽이
산하를 짓밟던 날
한목숨 죄 없는 무명 빛
풀꽃 지듯 쓰러졌네.
산과 물 험한 곳
천혜의 이 성벽이
달포만에 깨어지고
무릎 꿇던 그적 일을
되새겨 아픈 메아리
울혈인듯 붉은 열매.
초췌한 세자의 행색
초하구엔 비바람이
곡지루에 서린 국운
못이루신 북벌 한을
장경사 떨리는 종소리
산도 옷을 벗더이다.
치욕의 역사 한 장
소리 죽인 삼전도비
세월에 깎이고 닦여
글자 하마 희미해도
돌아가 그날의 명앞에
되새기는 좌표여.
※주 초하구:봉림대군이 볼모가 되어 심양으로 떠나던 지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