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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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양사람들은「구출한다」와「저축한다」는 말을 한가지로 쓴다. 모두「세이브」(save)다.
「세이브」의 어원이「세이프」인 것도 재미있다. 안전하다는 뜻이다.「저축」과「구출」과 「안전」이 한통속의 단어인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서양사람들의 오랜 생활습관에서 우러나온 말 같다.
그러나 시속은 달라져 서양사람들의 저축률은 별로 높지 않다. 가계부문에서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소득(가처분소득)에 대한 저축률은 일본이 17%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5%, 영국 7%, 서독 12%에 지나지 않는다. 돈을 많이 쓴다는 얘기다.
물론 사회보장이 갈 되어 있고, 주택난이 심하지 않고, 교육열이 높지 않으면 저축률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저축의 동기가 모두 그런데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5배도 넘는데 저축률은 31·6%(GNP대비)나 된다.
그것은 일본의 국부가 아직 서양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증거도 된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은 예금통장을 무슨 생활필수품처럼 안다.
일본은 정부도 저축을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우편저금, 은행예금, 사채, 재형저축 등에 대한 비과세제도가 그것이다. 그 한도가 한 사람 당 ,1천4백만엔. 5식구인 경우 7천만엔 까지도 가능하다.
우리와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에 있는 대만의 경우는 저축률이 무려 34·6%다. 중국사람은 장 궤라는 말도 있듯이 돈 궤짝을 집안에 놓고 산다.
실제로 대만엘 가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도 넘는 국민들이 오토바이로 만족하고 있다. 대만의 경제학자 손 진은 대만의 저축률이 높은 것을 세 가지 이유로 분석하고 있었다.
ⓛ기대소득보다 실질소득이 많아 그 차액을 저축한다. ②농촌도 잘산다. ③주택금융이 널리 보급되어 있다.
중국사람들은 저금통을 푸만(복만)이라고 부른다. 꽉 차서 넘친다는 뜻이다. 돈을 그 정도로 넣는다는 의미도 된다.
한자의 저축도 조개껍질(옛날의 돈)을 쌓아올린다 (저)는 글자와 논밭의 수확물을 거두어 쌓아 놓는다는 글자를 겹쳐 놓았다.
우리나라는 저축률이 낮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총투자율(GNP대비)이 국내 저축률을 넘어 외국 빚을 지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국내 저축의 내용을 보면 가계저축이 6% 남짓으로 제일 적다. 인플레경제가 빚은 결과다.
28일은 저축의 날. 올해는 비로소 국내 저축률이 투자율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 괴어 큰못이 되면 용 난다는 속담도 있다. 저축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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