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팬심에 또다시 상처 받은 장하나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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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사진 KLPGA 제공]

장하나(24·BC카드)가 눈물을 흘리면서 골프장을 빠져나갔다. 어긋난 팬심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장하나의 상처를 또 다시 건드렸다.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 장하나는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공동 17위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지난 주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시즌 3승을 챙긴 장하나는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18번 홀에서 사고가 터졌다. 장하나가 파로 홀아웃하자 갤러리 스탠드에서 “프로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격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하나는 이에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한 팬이 장하나를 응시한 채 “너 말고”라고 쏘아붙여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순간 장하나의 표정은 굳어졌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장하나는 급기야 눈물을 터트렸다. 장하나를 기다리던 팬과 관계자들은 돌발 상황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장하나는 연습 그린을 지나 울먹이며 골프장을 빠져나갔고, 매니지먼트사와 스폰서 관계자가 선수를 다독이며 황급히 쫓아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장하나는 대만에서 귀국한 뒤 훈련에만 매진했다. 쏟아지는 한국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도 “죄송하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행사와 스폰서와의 미팅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여전히 냉담한 여론에 대한 부담감 탓에 인터뷰를 피해왔다. 인터뷰 내용과 상관없이 악플이 줄을 이으면서 아문 듯 했던 상처가 도진 듯 했다.

장하나는 지난 3월 싱가포르의 '공항 가방 사건'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부 언론에 의해 사건이 풍선처럼 부풀렸고‘고의 논란’까지 일었다.

결국 장하나는 빈혈과 현기증 증세로 2개월 간 필드를 떠나 있어야 했다. 꼬리뼈  부상을 입은 전인지도 한 동안 경기에 불참했다. 격앙된 감정이 가라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둘이 사건 이후 만나서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한 데다 전인지가 목표로 했던 리우 올림픽에 진출하면서 공항 사건은 잊혀지는 듯했다. 전인지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했고, 장하나도 7개월 만에 시즌 3승을 거두면서 둘의 시즌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러나 어긋난 팬심은 다시 한 번 상처를 들춰내며 선수를 괴롭혔다. 전인지 팬과 장하나 팬은 온라인상에서 여전히 서로를 비난하며 헐뜯고 있다. 표현은 자유지만 선수의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장하나의 팬 중 한 명은 “선수의 눈을 바라보고 앞에서 그런 말을 한 건 너무하다”고 토로하며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

13일 대회장에는 박세리의 은퇴식이 예정돼 평일임에도 구름 관중이 몰렸다. 박세리의 은퇴식에는 박인비, 박지은을 비롯한 출전 선수들이 모두 참석해 영웅의 마지막 길에 박수를 보냈다.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팬의 어긋난 팬심은 축제의 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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