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타격을 생각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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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탄두로 추정되는 물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국방부가 선제타격을 언급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건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있을 때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합참의장(2007~2011년)을 지낸 마이크 멀린 전 의장도 선제타격을 말했다. 그가 제시한 조건도 국방부와 비슷하다. 그 조건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실질적으로 미국을 위협한다면’ 이다.

선제타격은 한반도의 핵전쟁을 의미한다. 선제타격의 전제조건은 북한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도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북한이 서울과 원전 근처에 핵무기를 떨어뜨릴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 ‘리틀 보이(Little Boy)’는 우라늄 235 폭탄으로 전체 인구 343,000 명 가운데 7만명이 사망하고 13만명이 부상했다. 완전히 연소 파괴된 가옥은 1만호, 이재민은 10만명에 달했다.

남북한이 서로 핵공격을 시작할 경우 결과적으로 한국이 이기겠지만 한반도에 남은 인구는 1천만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며, 생존자들은 50년 가까이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살아야 한다. 문자 그대로 끔직한 일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선제타격이 나오는 이유는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고자 하는 예방적 조치가 깔려 있다. 북한이 이에 겁을 먹고 호전적인 태도를 유화적으로 바꿀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중국·러시아가 버티는 한 한·미의 선제타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시설이 있는 곳이 북·중, 북·러 접경지역들로 북한의 핵시설이 파괴될 경우 중·러 지역에도 방사능의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조건이 붙어 있는 선제타격은 소극적으로 비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하면 선제공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을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처럼 우물쭈물 하지 않으면 된다.

선제타격에 대해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명쾌하게 언급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s)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말하겠다. 일반론적으로 말해 작전 사안의 하나로 선제 군사행동은 미리 논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선제타격은 미리 말할 필요가 없다. 어니스트 대변인의 말을 놓고 한국에서는 해석이 분분했다. 선제타격 성공을 위한 기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해석하는 쪽과 당연한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반박하는 쪽도 있었다.

선제타격은 우리의 희생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이다. 그래서 말을 꺼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국방부는 외교부가 아니다. 말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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