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간연구소」출범|서울대 김정룡교수, 백신 로열티 10억 출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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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 간질환 정복의 기수가될 서울대의대 부설 간연구소가 14일 준공된다. 서울대병원 뒤편 6백여평에 세워진 이 연구소는「간박사」로 통하는 김정룡교수(서울대의대)의 오랜 집념의 결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B형 간염백신의 권리금으로 받은 전액을 출자해 설립한 한국간연구재단의 1차사업으로 세워진 간연구소는 지상3층(건물면적 6백46평)에 총9억원이 소요되었으며 준공검사가 끝나는 대로 국가에 기부 채납된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10%가 B형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할 정도로 세계적인 간염왕국이며 이와 관련된 급·만성간염, 간경변증 및 원발성 간암의 발현빈도가 매우 높고 이로인한 사회적·경제적 손실도막대한 실정.
그러나 이같은 국민병을 정복하기 위한 기초연구는 물론, 진단과 치료에 관한 임상 의학적 연구는 제한된 연구비와 산재된 연구시설로 인해 극히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며 진단치료기술도 대부분외국의 연구결과에 의존해온 형편으로 많은 의학자들은 전문적인 연구소의 출현을 기대해 왔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김교수가 한국간연구재단을 설립한 것은 84년11월8일. 재단의 기금은 자신이 개발, (주)녹십자에서 생산하고있는 B형간염 백신의 노하우에 대한 권리금(순매출액의 3%)을 전액 출자했다.
현재까지의 출자액은 로열티 10억원과 독지가의 찬조금 4억원 등 모두 14억원.
기금목표액은 30억원으로 당초 5년 정도 잡았으나 그동안 백신 공급가격의 하락으로 10년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며 기금과실로 내년부터는 매년1억원 정도의 순수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소장(김정룡) 아래 기초연구부(부장 김용일교수), 임상연구부(부장 박용현교수), 역학연구부 (부장 안윤옥교수)등 3개부를 두며 연구원은 모두 42명.
연구원 가운데는 고려대·중앙대·인제대·이화녀대 등 타 대학교수 7명이 특별연구원으로 위촉되어있다.
연구소는 우선 내년부터 91년까지 수행할 26개 장기연구과제를 선정해 놓고있다.
이들 연구가운데는 ▲간세포막의 이온통로에 관한 연구(김전교수외) ▲간암발생기전연구(박상철교수외) ▲담석의 내과적 용해방법(윤용범교수외) ▲간암표면항원에 특이한 단세포군항체의 개발(차창룡교수외) ▲원발성 간암발생의 위험요인에 관한 연구(안윤옥교수외) ▲소화기암에서의 레이저치료의 효과(송인성교수외) ▲비A비B형 간염에 관한 연구(김정룡교수)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간염환자의 예후 및 간염백신접종과 바이러스 보유율의 변화에 관한 연구는 10년에 걸쳐 수행할 예정이다.
연구에 필요한 장비는 차관자금 1백만달러로 내년까지 도입·설치할 예정이며 초원심분리기, 고속원심분리기, 전자현미경 등 2백40여종.
또 매년 10월에는 국내외의 저명한 간학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국제 간학술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적 권위를 자랑하는 간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고 김교수는 강조한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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