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뱃속에 거대한 머리카락 덩어리가…라푼젤 신드롬

중앙일보

입력

 8개월 동안 몸무게가 7kg이 줄어들고 식욕을 잃고 병원을 찾은 파키스탄의 한 여성 배에서 거대한 머리카락 뭉치가 나왔다.

미국 CBS는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한 여성(38)이 식욕 상실과 변비ㆍ구토에 시달리다 페샤와르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가 수술 도중 뱃속에서 가로 10cm, 세로 15cm 크기의 거대한 머리카락 뭉치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환자의 상태는 점차 나빠졌고 담당 외과의는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과정에서 머리카락 뭉치가 여성의 창자에서 발견됐으며 가로 2.5cm, 세로 3.8cm 크기의 또 다른 모구가 큰창자에서 발견됐다.

의료진들은 이 여성을 ‘라푼젤 증후군’ 환자로 진단했다. 라푼젤은 그림(Grimm) 형제의 동화에 등장하는 긴 머리를 가진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뜯어 먹는다.

실제로 라푼젤 증후군은 습관적으로 머리카락을 뽑는 발모광과 머리카락을 먹는 식모벽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간의 몸은 머리카락을 소화할 수 없어 체내에 들어가면 장에 쌓인다.

이 여성을 수술한 파키스탄 병원과 미 애리조나대학교는 이 사례를 학술지인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보고했다. 현재까지 보고된 라푼젤 증후군 관련 사례는 88건이다.

라푼젤 증후군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이 앓고 있으며 본질적으로는 정신질환이다. 애리조나 대학교 메디컬 센터의 페이즈 앤위 교수는 “거의 모든 라푼젤 증후군은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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