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수술입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고도비만은 당뇨병을 비롯해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사회적으로도 꼭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 치료법이 수술이라는 것에는 인식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완전히 인식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고도비만수술이 시작된 지는 60년이 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단일 질환에 대해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고도비만수술’ 하면 고 신해철씨의 안타까운 사건과 함께 이 수술이 안전한 수술인지에 대한 우려가 먼저 떠오른다. 실제로 그 ‘사건’ 이후 우리나라의 고도비만수술의 시행 건수가 이전에 비하여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아무리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이는 고도비만수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느 유명인이 위암으로 수술을 받고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봐도 우

리나라 위암 수술건수가 절반으로 줄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도비만의 최후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최선의 치료방법이라 아무리 강조해도 현실은 딱 여기까지다. 고도비만수술은 둘러싼 오해는 여전히 많고, 수술을 받는 환자마저도 여태껏 건강보험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고도비만은 수술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검사 및 치료 비용을 100% 환자가 부담하는 ‘일반’ 환자로 분류된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말하기로는 “꼭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받고 체중 감량해야 오래 살수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고 강조하지만 “비만과 관련된 모든 치료는 보험 인정이 안되니 100%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모순된 현실이다.

고도비만수술에 대한 인식이 바로잡히고 치료받는 환자도 떳떳하게 수술 받고 의사도 떳떳하게 수술을 권유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조건이 바로 고도비만수술을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의료계의 지속적인 제안과 정부당국의 노력으로 2018년부터는 고도비만수술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건강보험은 사보험이 아닌 공적인 보험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라는 면에서 보면 이것은 국민 전체의 건강과 보험재정 측면에 두루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고도비만수술은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 다른 어떤 치료보다 효과적인 유일한 치료이고 또 비용 대비해서도 효과적이다. 건강보험에서 보장이 된다면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수많은 비만과 관련된 질환으로 인한 보험재정의 누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험 적용이 될 경우 단지 미용 목적으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 수술 자체가 보험재정 낭비의 원인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 또 수술 합병증으로 피해를 입는 환자가 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고도비만수술 대상 환자에 대한 의학적이고, 명확한 기준 정립이다. 안전하게 고도비만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위암으로 진단되지 않았는데도 보험 인정이 된다고 위절제술을 받을 사람은 없는 것이 당연하듯이 고도비만이 아닌데 고도비만수술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도비만수술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 그리고 고도비만수술을 시행할 의료기관과 외과의에 대한 인증제도의 실시로 고도비만수술은 '꼭 필요한 환자에게, 검증된 의료기관에서, 검증된 외과의에 의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인기기사]

·세대별 건조증 고민 눈·코·입 가뭄의 계절 [2016/10/09] 
·갑자기 숨 헉헉, 다리 퉁퉁 심부전 증상 의심됩니다 [2016/10/10] 

중앙일보헬스미디어 park.jungryul@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