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낯 두꺼운 '방탄국회' 소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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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치권이 기어이 8월 1일부터 '방탄국회'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이 어떻게 보든, 시민단체가 뭐라 비판하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낯 두꺼움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모습에 이젠 넌덜머리가 난다. 이래서야 우리 정치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민의를 수렴하고 입법활동을 하겠다는 것이라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7월 한달 동안 임시국회를 열고, 9월부터는 정기국회가 예정돼 있는데 굳이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겠다는 것은 여야가 담합해 방탄국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임시국회 일정만 봐도 그 속셈은 뻔하다. 30일의 회기 중 상임위는 의원들의 휴가와 외유 일정 등을 감안해 사나흘 정도, 본회의도 기껏 하루 이틀 여는 둥 마는 둥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니 회기 중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는다는 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 아닌가.

여야가 8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겠다는 주5일 근무제 법안과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법 및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등만 해도 그렇다. 이 사안들은 7월 국회에서 처리했어야 할 시급한 현안이었고, 실제로 다룰 시간도 넉넉했지만 정치권은 늑장을 부렸다.

또 굳이 8월로 넘기겠다고 해도 그렇다. 일주일의 회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고도 "시급한 민생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갖다붙이니 그 뻔뻔함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굿모닝시티 사건 피의자인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옆에서 나라종금 사건 피의자인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검찰을 비난하는 장면은 코미디다. 검찰에 출두하지 않고 있는 鄭대표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면서도 자기당 소속 박명환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방탄국회에 동조한 한나라당의 모습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싸잡아 욕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들 세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는 당장 처리해야 한다. 평소 구태정치를 비판하고 정치개혁을 주장하던 의원들은 모두 어디에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