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예산안 마무리 뒤 개헌특위 만들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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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9일 ‘여권발 개헌론’에 시동을 걸었다.

“독일식 연정이 안정된 정치체제”
청와대 “개헌 추진할 때 아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정 원내대표가 최근 청와대 관계자에게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등 주요 법안과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원내대표로서 쓸 카드가 없다. 개헌특위 구성은 받아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측도 ‘정 원내대표가 알아서 하라.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에 지장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기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잘 마무리하면 개헌특위를 구성할 수 있다”며 “대통령 중심제는 이미 한계가 왔으니 국민들의 정치 걱정을 덜어드리려면 근본적인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개헌 논의가 ‘블랙홀’이라며 반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개헌을 논의하겠다는 데 (청와대가) 막을 방법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청와대에도 그런 뜻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엔 “그건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정 원내대표의 개헌 구상은 ‘독일식 연정론’이다. 야권에서 비패권지대(‘3지대’) 개헌론을 추진하는 김종인 더민주 전 대표와 생각이 같다. 그는 “우리 국민은 만나는 사람마다 정치 걱정을 하는데 독일 국민은 1·2당이 연정을 하는 안정된 성숙한 정치체제에 걱정 없이 발을 뻗고 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헌 논의는 지금처럼 밀린 숙제가 많은 상황에서는 주요 현안과 내년 예산안을 잘 처리한 뒤에 가능하다”며 “다른 일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개헌 논의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뒤 “야당이 말로는 개헌을 외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힘 자랑하는 게 우선순위일 수 있다. 그러면 개헌은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야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도 지난 9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학계와 국민의 참여로 개헌 논의를 시작해 정치권 합의로 개헌 추진 방법과 일정을 제시하자”고 한 적이 있다.

여야가 개헌론을 현실화시키려면 관문이 남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야권도 개헌에 앞서 ‘내년도 예산투쟁’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현 시점에서 개헌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정효식·이지상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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