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중계 인기종목에만 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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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반에 접어든 아시안게임방송은 국민의 생활리듬까지 바꾸어 놓으면서 전국을 축제분위기로 휩싸고 있다. 경기장마다 터져나오는 함성들과 기적들을 안방까지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TV화면 하나하나마다 전국민들은 감동에 떨며 더욱더 TV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TV가 이처럼 시청자들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위력을갖고 있다는 점에서「방송의공익성」은 더욱 요청된다.
이제 사상 최대의 방송잔치는 절반정도만 남겨두고 있다. 그간 TV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몇가지 중간점검을 해본다.
첫째, 중계 아나운서들의 「맹목적 애국심」은 시정돼야한다. 한국이 종합2위를 달성해야한다는 생각때문에 중-일전때마다『중공 이겨라』 라고 응원하는 (?) 중계 태도는 점잖치 못하며, 특히 대회주최국 방송으로서의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둘째는 중계편성의 무계획성. 이미 경기대진표가 확정됐음에도 불구, KBS와 MBC는 경기 전날 허둥지둥 중계표를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있다.
이는 양사가 시청률경갱에만 급급, 인기종목을 서로 중계하려하기 때문인데 이로인해 탁구·축구등의 중복중계가 많고 비인기종목은 구경하기가 힘들다.
셋째, 캐스터나 해설자들의 미숙성. 축구등 화면만 보면 누구나 알수있는 종목들은 장황한 해설을 늘어놓으면서 정작 게임룰이 생소한 레슬링·하키등의 해설에는 인색하다. 이번대회를 스포츠저변인구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것이다.
넷째, 카메라워크의 상투성. TV화면은 대개 몇몇 앵글로 경직돼있어 다양한 위치포착에 서투르다. 또 특정선수 독영 위주의 수영중계는 경영의 맛을 잃고있으며 우리선수위주의 탁구중계는 심리전의 묘미를 감소시키고 있다.
다섯째는 한중·일등 3개국을 제외한 다른 20여개국의 경기중계및 스코어보도등에 인색한 점을 들고싶다. 이는 특히「영원한 전진과 우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대회방침에 어긋나는 태도가 아닌가한다.
여섯째, 정기중계외에 경기뒷얘기나 메달리스트 스토리, 선수촌가십등 시청자들이 정작 궁굼해하는「인간적인 것」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점.
일곱째, 일방적인 경기중계때문에 헌특·내년도예산·대학입시등 굵직한 기사들을 소홀히 취급하는 뉴스보도자세도 지적하고싶다. 아시안게임방송과는 별도로 정치·경제·사회·문화등 각 분야가「지금 어떻게」돌아가고 있는지 많은 시청자들이 알고싶어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한참 진행중인 경기를 한국에 승산이 없다고 해서 돌연 중계를 끊어버린다든가 (조정등), 성급하게 금메달을 땄다고 오보하는(사격)등의 미숙함도 빨리 고쳐져야 할것이다.<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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