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0일만 나 자신을 긍정하는 수행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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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0일 동안만 수행자로 살아보면 어떨까?” 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마가(사진) 스님을 만났다. 그는 바쁜 삶을 이어가는 현대인에게 15년 가까이 ‘자비 명상’을 전하고 있다. 마침 『나를 바꾸는 100일』이란 책을 출간한 참이었다. 마가 스님에게 “자비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자비 명상’ 전하는 마가 스님
『나를 바꾸는 100일』 출간

“자비는 먼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거다. 그래야 남을 사랑할 수도 있고, 남으로부터 사랑받을 수도 있다.” 다소 의외였다. 사람들은 다들 자신을 위해서 산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라니. 마가 스님은 “찬찬히 들여다봐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 자신을 업신여기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 잘했어. 애썼다’라고 말하며 나를 꼬옥 껴안고, 다독여줘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긍정해야 한다. 그럴 때 어마어마한 자존감이 회복된다.” 108번뇌가 아니라 108긍정이라고 했다.

마가 스님은 100일만 쑥과 마늘을 먹는 곰이 되어보라고 제안했다. “다들 100일을 따지지 않나. 남녀가 만난 지 100일, 수능 100일, 아기 출산 100일 등 우리는 ‘100’이란 숫자에 큰 의미를 둔다. 선방의 하안거와 동안거도 ‘100일’이다. 그럼 이제는 ‘나의 마음, 나의 삶’을 위해 100일을 써보면 어떨까. 우리는 직장에 다니고, 집안 살림을 하는 각박한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100일 수행자가 될 수 있다.”

그게 어떤 100일인지 물었다. “내가 나를 긍정하는 100일이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는 100일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누구를 미워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100일이다. 베푸는 100일이다. 베풀지 않으면 복이 오지 않는다. 그릇도 비워야 채워진다.” 마가 스님은 그렇게 100일만 보내도 삶이 바뀐다고 했다. 100일 수행의 세세한 안내를 위해 ‘자비명상 카페(www.jurira.net)’도 열었다. 카페명이 ‘주리라’이다.

글·사진=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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