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축구클럽, 여성 비하 선수에 '여성팀 합류' 이색 징계

중앙일보

입력

체코 명문 축구클럽 스파르타 프라하가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소속팀 선수 두 명에게 여자팀에 합류해 훈련하도록 하는 이색 징계를 내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5일 "스파르타 프라하가 골키퍼 토마쉬 쿠베크과 미드필더 루카쉬 바차를 구단 산하 여성축구팀인 두산 조비네치 선수단에 합류해 훈련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프라하는 두 선수에게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조비네치의 홍보대사 역할도 맡겼다"고 전했다.

두 선수는 지난 주말 열린 즈보로요프카 브르노와의 체코리그 경기를 마친 뒤 개인 SNS 계정에 부심을 맡은 여성심판 루시에 라타요바를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프라하가 3-2로 이기고 있던 후반 추가 시간에 라타요바가 명백한 오프사이드 반칙을 잡아내지 못해 실점하며 3-3으로 비긴 직후였다. 바차는 라타요바 심판의 사진과 함께 "(그라운드가 아닌) 부엌으로 가라"는 글을 올렸다. 쿠베크는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여자는 축구 심판이 아니라 난로를 지키는 역할이 적당하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여성 비하 논란이 확대되자 두 선수가 공식 사과했지만 구단은 '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판단을 내리고 자체 징계를 내렸다. 구단측은 "두 선수가 승리를 놓쳐 흥분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발언 내용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여성이 난로를 지키는 것 이외의 분야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두 선수를 여자팀 훈련에 참여시키고 홍보대사 역할도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로슬라프 펠타 체코축구협회장도 성명을 내고 "여성은 축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두 선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안을 다룰 것"이라 말했다. 이번 해프닝과 별도로 체코축구협회는 오프사이드 판정 오심을 저지른 라타요바 부심에게 4경기 심판 배정 정지 징계를 내렸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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