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이라크 부흥지원법'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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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 자위대가 태평양전쟁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해외 전투지역에 파견되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 "새 법안이 평화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북핵 문제 등을 이유로 군사행보를 거침없이 확대해가는 일본에 대해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민당 등 연립 3당은 지난 26일 새벽 민주당 등 4개 야당의 거센 육탄 저지를 무릅쓰고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하는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1월께 1천명 규모의 육.해.공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견할 계획이다. 4년 한시법안인 이 법안은 자위대가 비전투 지역에서 미국.영국군 후방지원과 이라크 국민에 대한 식량.의약품 지원 등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게릴라의 출몰이 빈번한 이라크에서는 전투.비전투 지역 구분이 모호해 이번 법안은 자위대가 태평양전쟁 후 처음 해외 전투지역에 파견되는 길을 열었다고 AFP통신은 26일 평가했다.

유엔평화유지군(PKO)의 일환으로 '유엔 결의가 필요하며'와 '분쟁이 끝난 비전투 지역에만 파견된다'는 제한 속에 파견되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6일 "이라크에선 지금도 미군.영국군 사상자가 속출해 미군이 지난 16일 '여기는 전쟁 중'이라고 말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전투 지역.비전투 지역을 알 길이 없다'고 말한 곳에 자위대를 보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이라크에서 전쟁 중인 동맹국 미국을 후방 지원하는 셈이 돼 헌법상 금지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비판도 많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27일 "정부가 대미 외교에만 치중해 여러 의문에 대해 충분한 설명없이 모호한 법안을 만들어 자위대를 위험한 곳으로 보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통상부는 26일 "주변국 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자위대 활동이 평화헌법과 전수(專守)방위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일본은 전수방위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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