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문화예술 공간 불편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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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2l일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일반 공개가 시작된 22, 23일 3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몰려 들었다. 또 23일 문을 연 창경궁에는 20만명이 넘는 인파가 쇄도했다.
예상을 훨씬 넘는 인파가 몰려들자 국립중앙박물관과 창경궁은 일대 흔란에 빠졌고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박물관과 창경궁 당국자들은 입장객이 각각 5천명, 2천∼3천명으로 정상수준이 되면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편의시설·관람에 불편한 점이 많다.
또 25일 개관된 국립현대미술관도 교통 불편·안내판 부족·휴게시설 부족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박물관>
박물관의 넓은 공간에 옥·내외를 통틀어 휴게시설이 부족하다. 옥외광장·정원에는 벤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박물관측은 단체입장등을 생각하여 광장을 넓게 잡아 조경을 피했고 벤치도 놓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입장한 직후나 관람을 마친후 옥외에서 쉴곳이 부족하다.
전시실 내부에도 빈 공간마다 있어야할 소퍼가 부족해 관람중 쉬는데 불편하다.
또 전시장 내부에도 유물을 오랫동안 감상할수 있도록 소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
전시실의 위치·방향을 안내하는 전시 안내도의 크기가 작고 눈에 장 띄지 않는다. 또 각 전시실의 표지판도 작아 무슨 전시실인지를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다.
각 전시실의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없고 특정 중요유물에 대한 설명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외국과 같이 각 전시실의 전시내용을 소개하는 전단을 만들면 관람객에게 큰 서비스가 될듯.
유물마다에 있는 설명판도 전문적 용어가 많아 일반의 이해가 어렵다. 박물관측은 가능한한 풀어쓴다고 했지만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박물관은 유물을 TV화면으로 해설하기 위해 전시실 옆 휴게실에 비디오시설을 했으나 프로그램이 아직 제작되지 않았다.
교통 불편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 같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될 버스가 박물관에서 먼곳에 정차하고 있다. 교보빌딩이나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내릴 경우 3백∼4백m를 걸어야 박물관에 들어갈 수 있다. 박물관의 광화문 옆에 있었던 버스 정류장의 부활이 요구된다.
지하철 이용은 지하철3 호선 중앙청역에서 내리면 박물관과 연결된다. 통행시간은 매일 상오 7시반부터 하오7시까지.
박물관은 앞으로 자원봉사 인원을 확보하여 안내·설명역할을 하도록 하고 전문 요원을 많이 확보하는등 계획을 세워야 한다.

<창경궁>
창경궁측은 창경궁을 「제2의 비원」으로 만들어 조용한 사적공간이 되도록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넓은 정원에 벤치를 거의 놓지 않고 구내식당등도 두지않았다. 그러나 서울시내에 휴식 공간이 부족하고 옛 창경원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창경궁측이 예상하는 하루 2천∼3천명보다 많은 입장객이 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이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넓어져야 한다.
창경궁측은 첫날 인파를 보고 궁내에 2백개 정도의 벤치를 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넓은 공간속에 화장실이 단 2곳뿐이어서 장사진을 쳤다. 또 공중전화도 3곳 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음료수를 파는 간이매점도 설치하지 않았는데, 창경궁측은 5개소의 간이매점과 음료 자판기를 설치할 생각이다.
주차장이 없어 불편이 크다. 주차장은 관리사무소 앞에 10여대가 들어설만한 곳밖에 없다. 창경궁측은 종묘앞의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종묘를 통해 창경궁에 들어가려면 요금이 어른 5백50원에서 1천원으로 껑충 뛰게 된다.

<현대미술관>
25일 준공, 개관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규모가 큰 현대식 건물에 걸맞지 않게 시민편의시설이 부족하다.
우선 현대미술관이 서울대공원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교통수단은 1차적으로 서울대공원으로만 연결되고 있다.
미술관에 온 손님도 일단 대공원 주차장에서 내려 코끼리열차를 타야 미술관에 갈수 있다. 코끼리열차를 타는데도 주차장에서 3백∼4백m 걸어야 하고 미술관역에 내려서도 5백m를들 다시 걸어야 미술관을 볼수 있다.
하지만 자가용차는 미술관 앞까지 직접 갈 수 있게 묵인하고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자가용차 있는 사람만 미술관에 갈수 있느냐』고 꼬집고 있다.
서울시가 이같은 차별 방법을 택한 데는 까닭이 있다.
이같은 불편은 서울시가 코끼리열차를 운영하는 회사와 독점계약을 체결, 대공원 안의 교통편을 코끼리열차에 국한시켰기 때문.
자가용차를 타고 미술관에 가려해도 입구에서부터 헤매야한다. 표지판이 있어야할 곳에 있지 않아 이리갈까 저리갈까 망설이게 한다.
미술관에 들어서도 안내 표지판은 모자란다. 9개 .전시장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다.
4개의 기획전을 다 돌아보려면 빨라도 3시간, 자세히 보려면 5시간은 걸린다.
전시장에 휴게시설이 있긴 하지만 옥외에는 없다.
2층 옥의 조각 전시장은 그넓은 공간에 그늘은 물론 의자 한개 놓여 있지 않다. 1만평의 야외 조각장에도 아직 벤치 한개 놓지 못한 실정이다.
전시장을 돌다가 답답한 시민이 옥외로 나와서 쉴 수 있는 시설을 해달라는 바람이다.
자연광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의해 만든 중정의 유리창은 너무 넓고 밝아서 미술품 감상을 산만하게 하고 있다.
커튼을 이용, 가변성 있는 창의 구실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체장애자들도 오르내릴수 있게 만든 동선이 너무 미끄러워 위험하다.
이경성 국립현대미술관장 자신도 24일 전시장을 돌아보다가 동선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이규일·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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