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적자경제의 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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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일 무역 역조개선을 위한 특별대책이 뒤늦게 마련되었다. 우리는 이 특별대책의 개별 내용보다는 정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는 점을 일단 평가하고 그 귀추를 주목하고자 한다.
이번 대책은 한일국교 정상화이후 해마다 누적되어 온 대일 무역적자와 대미 무역의 불균형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1차 적 관심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제도개편보다는 행정지도와 무역 링크 제에 유사한 수출의무 조항을 도입, 주요 무역업체들을 직·간접으로 통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무역「관리」의 효율성이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지만 정부가 그만큼 결연한 자세로 이 문제에 대처하게 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일 무역 적자는 이제 총 외채의 70%를 넘는 3백30억 달러에 이르러 있고 올해 상반기에만 33억 달러의 적자를 낸 처지에서 볼 때 다소간의 무역마찰이 생기더라도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문제를 냉정하게 따진다면 이번 대책은 너무 단기적이고 잠정적이며, 정부의 대응은 너무 늦었고, 현재와 같은 심각한 불균형의 근원 중 상당부분은 정부측의 안이한 자세와 대일 외교의 무력에서 비롯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일 역조의 누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정부의 대일 외교는 한번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해결하려 들지 않았고 국내 정책에서도 세대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으며 오히려 산업정책이나 조세·금융정책에서는 대일 의존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경시되어 왔다. 오늘날 국내기계류의 절반이상, 부품과 소재의 60∼70%이상을 일본에 의존하도록 만든 것은 기업보다 정책에 더 큰 책임이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대일 무역의 개선은 이 같은 대일 의존형 산업구조부터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그것 없이는 어떤 일시적 지도와 행정규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번의 특별대책을 하나의 크나큰 계기로 삼아 대일 예속경제를 탈피하는 방대한 기본구상이 새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재와 같은 일본의 하청구조, 일본의 수출 대행 업 신세는 영영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시장 추세나 보호주의 움직임으로 보아 이런 일본대리수출도 더 이상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로서의 수출목표 달성보다는 우리의장기적인 시장유지와 확대를 위해 필요한 대내외 조치들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안으로부터 대외의존형 구조를 쇄신하는 산업개편이 필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강력하고도 자주적이며 경제적 자존을 갖춘 통상외교에 나서야 한다. 보호주의와 국익 우 선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먼저 우리의 산업체질과 자세부터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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