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인손』서 언년이역 탤런트 한애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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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도 언년이 생각만 하면 눈물이 흘러요. 이 드라머는 앞으로 제 연기생활에 있어 그 이상의 아픔은 상상할 수 없는 생손앓이로 기억될 거예요.』지난16,17일밤 방영된 MBC-TV의2부작 드라머 『생인손』(한무숙원작·박철수연출)에서 주인공 「언년이」역을 맡아 10대소녀에서 90대노파까지의 연기를 보여준 탤런트 한애경양(22).
가냘프고 밝기만한 용모에서 어떻게 그엄청난 한이 뿜어져 나왔을까.
드라머 『생인손』은 천륜을 어기며 생손(손끝에 종기가 나는 병)을 앓는 자신의 딸 간난이와 주인집 딸 연주를 바꿔치기한 후 가슴에 굵은 못을 박은채 기구한 일생을 살아온 노비 여인의 한을 통해 구한말이후 어두운 신분사와 인간본성을 감동적으로 파헤친 수작으로 평가받은 작품.
한양은 극중에서 천륜을 어기는 행위까지도 기꺼이 용서해줄 수 있는 처절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로 그것을 해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언년이를 용서했다. 특수분장탓에 피부가 헐 지경이었고 90대노역도 난생 처음이었지만 이미 언년이가 된 한양에게는 그것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인손』을 촬영할 때 그녀의 어머니가 실제로 생손을 앓는 기연도 겪었다.
전북 김제출신. 김제여고를 졸업한 83년 MBC탤런트 16기생으로 입사, 『혜미의서울』『설중매』등 출연. 23일부터는 주말극 『풀잎마다 이슬』에 여대생 나하영역으로 출연한다.『언년이같은 역은 앞으로 영영 맡을 수 없을 거예요.』「무엇인가 꽉찬」역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표정이 아름답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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