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상의 일본어선 행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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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군함주의 우익분자들이 최근 동경의 문부성에서, 의사당에서, 그리고 한국대사관 앞길에서 우리에게 모욕적 도발을 계속하더니 이번에는 일본 어선이 동해에서 용납 못 할 만행을 벌였다.
우리 장어 잡이 어선의 두 배쯤 되는 배를 끌고 나온 일본 어부들이 공해 상에서 우리 장어통발 2천 개를 칼로 끊고 우리 어선을 고의로 들이받아 깨뜨린 뒤 도수했다.
우리 어부들이 달려가 항의하자선원 1명을 납치, 일본의 영해 안에 끌고 가서 판자에 묶어 바다에 던졌다.
그것은 우리 역사의 오랜 기간에 우리를 괴롭혀 온 왜구를 연상케 하는 명백한 해적 행위다.
한반도와 중국의 해안시대를 수시로 기습 분탕질과 노략질을 일삼은 왜구의 경우는 일본이 아직 빈곤과 미개 상대에 있을 때의 행위였다.
그러나 오늘의 일본은 풍요와 문명을 구가하는 선진국이 돼 있다. 그렇다면 동해의 만행은 후천적으로는 도저히 고쳐질 수 없는 구본인의 속성이랄 수밖에 없다. 이웃 나라로서 지극히 개탄 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지난 수년동안 중공어부들이 서해에서 행한 일들을 기억한다. 중공은 아직 우리와 국교가 없고 이데올로기도 다르지만 그들은 우리 어선들을 고한 적이 없다.
몇 차례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손해를 익혔을 때는 선원과 정부당국이 공식 사과하고 즉시 피해액 전부를 배상했다.
한·중·일 3국은 수 천년을 같은 문화권에서 합께 살아온 동아 세 기둥이다.
그러나 우리의 서쪽 인국이 그렇거늘 오래 전에 국교가 열려 있고 같은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방의 이웃 일본은 왜 그다지도 우리를 괴롭히고 해악을 끼치고 있는가.
일본 정부는 즉시 범인들을 잡아 처벌하고 피해액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과 정부에 공식 사과하고 다시는 그 같은 만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일본어선이「강탈」행위는 없었다 해도「폭행」과「억류」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해양 법 상「인류일반의적」으로 규정된 명백한 해적행위(piracy)를 구성한다.
일본 당국의 범죄인 처벌에는 고의에 의한 어구파괴·도주·납치·살인미수 등 행위가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일본 극우파들의 몰지각하고 반한 적인 행위와 함께 이번 해적행위를 철저히 규탄하고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도대체 나라를 떠맡은 정부가 얼마나 무르기에 외국의 경호원이 장관실에 개를 몰고 들어가고 우리 근해에서 그 따위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해경과 해군 경비정들은 바다의 안전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국민 앞에 자부할 수 있는가.
과거에 별로 없던 이 같은 외인들의 작태가 이제 와서 계속 벌어지게 되면 국민들은 사기를 잃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에 의해 국가가 얕 보이고 모욕당하는 일을 국민들은 참기가 어렵다.
정부는 대외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 다시는 그 같은 외국인의 버릇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일을 철저히 해결하여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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