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파 서울 도착까지 얼마 걸렸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 당시 서울지역에서 조기경보를 통해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었던 여유 시간은 30초 미만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00㎞ 이동 P파 41초, S파 74초…33초 차이
조기경보로 대피가능 최대 시간은 30초 미만
7초만에 경보발령해도 실제로는 20초 여유

이는 P파와 S파라는 두 지진파 사이의 전달 속도 차이를 활용해 지진 조기경보를 내렸을 때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대피 가능 시간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경주에서 규모 5.8의 본진(本震)이 발생한 것은 12일 오후 8시 32분 54초.

지진파 가운데 전달 속도가 빠르지만 파괴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P파(종파·진행방향으로 진동)가 지진 발생지점에서 약 300㎞ 떨어진 서울에 도달한 것은 41초 후인 오후 8시33분 35초였다.

또 지진파 중에서 전달 속도는 느리지만 파괴력이 큰 S파(횡파·진행방향의 수직방향으로 진동)는 지진 발생 74초 후인 오후 8시 34분 8초에 서울에 도착했다.

P파는 초당 약 7.3㎞. S파는 초당 4.1㎞ 속도로 전달된 셈이었고, P파 도달 후 S파가 서울에 도달하기까지 시간 차이는 33초였다.

이처럼 지진 조기 경보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3초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를 다 활용할 수 없다.

지진 규모에 대한 자동분석 시간, 분석결과를 이통통신회사에 통보하는 시간, 이동통신회사에서 조기경보 내용을 발신하는 시간, 시민들이 조기경보 내용을 수신해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기경보 발령 시간을 최대한 앞당긴다고 해도 실제 대피 가능시간은 30초 미만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상청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은 "기상청에서는 현재 지진 발생 50초 이내에 조기경보 발령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진발생 7~25초 이내에 발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규모 5.0 이상의 내륙지진의 경우는 내년 말까지 15초 이내에, 2018년까지는 10초 이내에 조기경보를 발령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의 경우 현재도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10초 이내에 조기경보룰 발령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이 향후 지진 발생 7초 내에 경보를 발령하고, 시민들이 10초 내에 이를 확인한다고 해도 실제 대피 가능 시간은 20여 초에 불과한 셈이다.

지진 전문가들은 "조기경보 발령시 1층에 있는 사람은 건물 밖으로 대피할 수 있겠지만, 건물의 2층 이상에 있는 사람들은 일단 튼튼한 테이블 아래로 피하고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조기경보도 지진 발생지, 즉 진원에서 10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만 효과가 있다.

진원과의 거리가 100㎞인 지점에서 P파와 S파가 도달하는 시간 차이는 10초 정도이고, 7초 만에 조기경보가 발령되더라도 대피 가능 시간은 최대 3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진을 감지하는 것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대피하는 평소의 훈련이 중요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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