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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겁나면…원금 최대한 지키는 ‘리자드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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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가연계증권(ELS)의 상품 유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올 초 홍콩H지수 기반의 ELS가 대거 원금손실(Knock-In·녹인) 구간에 진입하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효자 상품인 ELS 판매를 중단하긴 어렵다. 대신 원금손실 위험을 대폭 낮춘 상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홍콩 충격 후 일반형 비중 줄어
방어형은 최근 5배 가까이 증가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 8월 발행된 ELS(ELB 포함) 중 일반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그쳤다. 한 달 만에 7%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으로 ELS 월별 신규 발행량 중 일반형 비중이 70% 아래로 떨어진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리자드(lizard·도마뱀)형을 앞세운 특이 유형 비중은 지난 4월 4%에서 8월 19%로 늘었다.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연이어 관련 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리자드형은 하락장에서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도마뱀이 막다른 길에 몰려도 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모습에서 착안했다. A라는 상품의 녹인은 55%, 1차 조기 상환 기준은 85%고, 3년 만기에 연 6%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하자. 일반적인 ELS라면 1차 조기 상환 시점에 기초자산 지수가 기준(85%) 밑으로 떨어졌다면 조기 상환을 받을 수 없다. 불안해도 3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리자드형은 상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녹인(55%)에 진입하지만 않았다면 약속한 수익률의 절반(3%)만 받고 조기 상환을 할 수 있다. 불안하면 절반의 수익에 만족하고 탈출하라는 것이다. 녹인과 조기 상환이란 ELS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원금 손실 확률을 낮춘 게 장점이다. 수익률은 일반 스텝다운형보다 낮지만 안전성을 중시한다면 택할 만하다.

이 밖에 6개월 뒤에 기초자산의 지수가 80% 밑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보장형으로 전환해 주는 상품, 녹인 구간을 30%대로 낮춘 ‘초저녹인’ 상품, 투자 기간 내에 기초자산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상관없고 만기일에만 최초 기준가의 60% 이상이면 수익률을 지급하는 ‘노(No)녹인’ 상품 등도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유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6개월 내에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뉴스타트 ELS’를 출시했다. 1차 조기상환일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최초 기준가격을 새롭게 변경해주는 방식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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