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한다" "아니다" 안개 속 당정개편|노 대표 청와대방문 이후의 정가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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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때 임박 설까지 돌던 당정개편은 11일 하오 노태우 민정당대표의 청와대방문이 있은 후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으나 정가에서는 개편을 시간문제로 보는 것이 중론인 것 같다.
노 대표 자신 청와대 면담내용을 당 간부들에게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대폭개편이란 당의 여망을 건의하고 나온 그의 표정이 밝았고, 독립기념관화재·부천사건, 앞으로의 정치일정과 민정당의 대응필요성 등 각종 요인을 생각하면 개편은 시기선택만 남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 대표는 11일 하오5시50분쯤 1시간50분간에 걸친 청와대방문을 마친 뒤 모처에서 정부고의인사와 만나고는 평창동의 올림피아호텔로 가서 정순덕 사무총장·이세기 원내총무· 심명보 대변인과 함께 저녁을 들며 면담결과를 설명했다.
심 대변인은 노 대표를 만난 뒤 이날저녁 8시25분쯤 당사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들에게 『실망하지 말라』고 몇 번 뜸을 들인 뒤 다소 여유 있는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
심 대변인은『노 대표가 이날 독 대에서 최근의 당무에 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보고했으며 7월22일 덕유산수련대회이후의 국회개헌특위운영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더라』고 전언.
노 대표는 기자들이 당정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심 대변인이 말하자『그 문제를 갖고 특별한 건의나 논의한 바는 없고 일련의 정치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며『통치권자의 고유권한이므로 언제든지 통치권자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만 말했다』고 했다는 것.
이에 심 대변인이『그 정도로는 기자들이 납득하지 않는다』고 하자 노 대표는『당신이 기자를 했으니 기자감각으로 질문해 보라고 말하는 등 여유 있고 밝은 표정이었다』고 심 대변인은 전했다.
노 대표는 『정치전반에 대해 할 이야기는 다 드렸다』고만 대답하는 것으로 대신해 당정개편 필요성을 건의했음을 확인하고는 면담내용을 캐묻는 심 대변인에게 『대통령의 회견을 잘 읽어 보라』고 강조했다는 것.
이같은 노 대표의 설명에 대해 정 총장과 이 총무는 모두 『개편을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정확한 감을 잡을 수 없더라』고 털어놓았다.
노 대표의 측근들도『좀 기다려 보아야겠다』는 관망 론과 『노 대표가 올라갈 때부터 당장 하자는 것도 아니었고, 대통령의 평소 인사방침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개편이 없을 것』이라고 엇갈린 시각이 교차.
독립기념관화재와 관련한 인책성격의 인사개편 가능성에 대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찔끔찔끔 인사하는 것은 관례와 맞지 않은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개편이 없을 것으로 해석.
그는 또 최근 당정관계에 언급, 『정부측 사기문제도 고려해 당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도 곤란하지 않느냐』고 말했고, 또 다른 소식통은 『대통령회견내용 중 독립기념관화재사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부정적 견해에 동조.
한 고위소식통은『대통령과 노 대표는 모든 문제에 대해 시각의 일치를 본 것 같더라』고 말해문제는 단행시기만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시사.
이 소식통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 질식의 개편을 단행해 그때그때 마다 인책하느냐는 문제와, 노 대표체제의 구축을 위해 한꺼번에 모양을 갖춰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그 판단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노 대표가 할말은 다했다고 말한 점 △당 개헌안을 빨리 확정지으라는 당부가 있었다는 점 △적절한 시기에 전국지구당을 가능한 한 많이 순회하겠다고 밝힌 점 △대통령회견의 기조 등을 들어 곧 개편을 않더라도 멀지 않은 시기의 개편가능성을 더 무겁게
보는 사람이 많다.
노 대표는 당직자들에게 면담결과를 설명한 뒤 밤10시 가까이 자택으로 귀가.
노 대표는 자택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청와대방문성과가 좋았느냐』고 질문한데 대해 『보고 드리고 말씀드리러 갔는데 성과라고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당장은 얘기할 만 한 게 별로 없다』고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
노 대표는 당정개편에 관한 거듭된 질문에 『융통성 있게, 적절한 시기에 하시지 않겠느냐』며 더 이상 구체적으로 얘기하러 하지 않았다.
노 대표는 청와대에 올라가기에 앞서 하오2시쯤 최병렬 국책연구소 부 소장을 대표위원 실로 불러 청와대에 건의할 내용을 정리하고 이어 심 대변인을 불러 잠시 이야기를 나 눈 후 3시50분쯤 혼자 청와대로 향했는데 심 대변인은『대표위원이 청와대면담을 마치더라도 다른 약속이 있어 당사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사전예고.
그러나 당사를 지키고 있던 정 총장과 심 대변인, 국회에 있던 이 총무 등은 하오6시 넘어 슬그머니 빠져나가 미리 약속이 돼 있던 시내 올림피아호텔로 집결.
정 총장은 당사를 나서기에 앞서 개편에 관한 기자질문에『내 목도 요새 간질간질하다』는 등의 농으로 받아넘기며 언급을 회피했으나『의원내각제도 예습할 겸 당의 대폭적인 내각참여가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종전까지의 당정협의차원에서 한발 짝 나아가 당정일체가 바람직하다』고 긍정적 언급.
정 총장은 또 당정개편이 있을 경우 양쪽 개편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묻자 사견임을 전제, 역시 긍정적 입장을 표시.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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