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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금 관련 탐사보도 ‘마음에 확 와닿는 이슈’ 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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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런 점에서 중앙일보의 2006년 신년기획 탐사보도는 신문이 힘을 지닐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주었다. '2006년 신년기획 중산층을 되살리자'(1월 4일)는 노숙자나 파산 등으로 전락한 중산층의 다양한 재기 사례를 추적보도하고 전문가들의 진단과 문제해결을 위한 조언을 담았다. '2006년 신년기획 지방선거, 총선보다 중요하다'는 기획보도는 정치에 대한 냉소를 야기하는 것으로 정치 못지않게 비판받아온 정치보도와 비교할 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상큼한 내용이었다. '내 세금 절반 단체장이 쓴다'(1월 9일)는 세금이 구체적으로 얼마씩 어떤 일에 사용되는가를 정밀화처럼 보여줌으로써 세금을 집행하는 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얼마나 중요한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인가를 알려주었다. '성공한 단체장, 실패한 단체장'(1월 10일)은 단체장 선거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해 판단할 것인지를 명료하게 알려주는 지침서였다.

이들 기획탐사보도가 힘을 지니는 요인은 시민과 함께하는 기사라는 점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많이 들어 있으며 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이슈다. 그리고 해체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감 형성과 통합에 초점을 맞추었다. 차이를 넘어 차별을 느끼게 하는 경제적 양극화 해소나 정치 리더십을 결정하는 과정에 시민이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가를 가이드하는 내용이다. 또한 기존의 보도를 결정하던 저명성.갈등성.시의성.근접성.신기성 등과 같은 뉴스가치보다는 시민의 입장을 우선하는 유용성.관련성과 같은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 보도의 폭이 다양하고 깊이가 심층적이라는 점에서 정보의 완결성도 높다. 사진과 그래픽의 적절한 사용, 통계 수치의 시각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내용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한편 이 탐사보도가 지니는 한계도 있었다. 더욱 강력하게 정부의 정책과 시행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개인의 몰락과 재기라는 극적인 요소가 강조됨으로써 사회구조적 문제나 정책의 부조리와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단편적 보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책임이 있는 제도나 관리들을 매섭게 질타해야 한다. 탐사보도의 다른 표현인 분노의 저널리즘을 통해 행정력과 일전을 마다하지 않는 신문이 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권력을 견제하는 힘 있는 신문이 되지 못한다.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하는 옹색한 신문에 머무르게 된다. 표피적인 사실만 다루는 약한 신문이 되고 만다.

◆약력=한양대 신문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 석사. 켄트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장

김정기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