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위파문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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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루탄분말이 묻은 옷가지를 위원장에게 집어던진 7일 저녁의 내무위파문은 민정당이 사태직후의 흥분과는 달리 신민당에「응분의 조치」를 요구하는 등 한 템포를 늦춰 더 큰 파문으로 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개헌정국에 또 하나의 문제를 추가한 것은 사실.
7일 하오 6시35분. 부천서 사건을 다루던 국회내무위는 최루탄가스와 고함·재채기 등으로 회의장이 수라장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질의 중이던 김동주 의원(신민)이 최루탄가스가 묻은 옷가지를 권정달 내무위원장에게 집어던진 데서 비롯.
김 의원은 지난 7월19일 명동성당 부천사건 폭로대회에 참석하려다 저지하던 경찰이 쏜 최루탄에 옆구리를 맞은 양순직 신민당 부총재의 양복상의·와이셔츠·러닝셔츠를 증거물로 갖고 와서 정석모 내무장관과 강민창 치안본부장에게 제시하려 했다.
김 의원이 들고 온 가방에서 옷가지를 꺼내려 하자 권위원장이『위원장이 허가하지 않은 물품을 회의실에 반입할 수 없으니 치 우라』고 제지발언을 거듭했지만 김 의원은 옷가지를 정 장관 앞에 가지고가 최루탄을 맞아 구멍이 뚫리고 피가 묻은 부분을 가리켜 보였다.
김 의원이 자기자리로 가서 착석하려 할 때 권위원장이 짜증난 목소리로『김 의원, 위원장의 말을 안 들으면 어떻게 해…』라고 하자 김 의원이『왜 욕을 해…』라며 양복상의를 던졌는데 공교롭게도 권위원장의 얼굴정면에 맞아 버린 것.
권위원장은『왜 때려』라는 말과 함께 정회를 선포했고 민정당 측 의원들이 고함을 질러 순식간에 회의장은 험악해졌으며 회의장에서는 재치기소동이 벌어졌다.
민정당 의원들은 바로 위원장 실에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김 의원 징계를 당 지도부에 요청키로 결정.
사대가 벌어진 직후 민정당은 이세기 총무주재로 내무위 김중권 간사와 그때까지 국회에 남아 있던 조남조 부 총무, 정동성·정 남·김정남 의원 등 운영의원들이 모여 대책을 숙의.
외부에서 식사도중 연락을 받은 정순덕 사무총장과 이대순 사무차장도 저녁 8시쯤 국회로 달려와 회의에 참석했고 9시가 가까워지자 연락을 받은 상임위원장들이 운영위원장 실로 속속 집결.
김중권 내무위간사의 사대설명으로 시작된 2시간 여의 대책회의가 끝난 후 조부총무가 결과를 발표, 『김동주 의원의 행위는 의회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특히 회의장에서 위원장을 모독했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다』며『즉각 총무회담을 열어 공식항의 하는 한편 신민당이 당 차원에서 납득할 만한 응분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설명.
연석회의가 열리고 있던 밤 10시5분쯤 외부에서 만찬을 끝낸 노태우 대표위원도 국회에 나와 대표위원 실에서 정 총장·이 총무·이 차장·정재철 정무장관 등과 함께 대책을 숙의.
이어 10시5분쯤에는 권내무위원장·유상호 법사위원장·이한동 의원 등도 참석.
이 회의에서 김정남·강용식 의원 등은『사과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으므로 징계절차를 바로 밟자』고 주장.
그러나 이 총무는『강경 대응은 좋으나 정국의 장기전망도 고려해 처리하자』고 신중론을 폈고, 정 총장도『강력히 대응해야 하나 조금 더 신중을 기하자』고 동조.
권위원장은『당사자이므로 의사표명을 않겠다』고 말하고 시종논의를 경청.
노 대표는『지난해 정기국회의 의사당폭력사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의사당에서 다시 폭력행위가 나온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의회주의의 본질을 뒤흔드는 사건이므로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
노 대표는『대처방안을 수립해 내일 회의에 올 리라』고 지시한 후 밤11시20쯤 퇴청.
밤11시30분쯤 열린 총무회담에서 여야총무는 먼저 가시 돋친 설전.
△이세기 민정당 총무=김 총무가 현장에 있었던 것을 보면 시킨 것 아니냐.
△김동영 신민당 총무=그거야 돌발적이지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느냐.
△이 총무=코치한 것 아니냐.
△김 총무=민정당은 그렇게 의원 개개인에게 코치하는가.
40여분간의 회담이 끝난 후 이 총무는『김 총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었다는 점만은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고 전언.
이 총무는 또『김 총무가 어쨌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정중하게 의사표시를 했다』고 공개.
이 총무는『김 총무의 이같은 표명이 민정당이 요구하는 선에 부합되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계획된 행위냐, 아니냐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를 나누었고「납득할 만한 응분의 조치」는 8일 다시 우리 당 차원에서 논의될 것』이라고만 언급.
김 총무는『이 총무가 김 의원이 당초에는 정 장관에게 던지려 했으나 양부총재가「정 장관은 후배이니 봐 주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 말했다』며『그러나 그런 얘기는 들어본 일도 없고 김 의원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다』고 소개.

<안희창·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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