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삶에 대한 단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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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호 29면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이 있었다. 그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거리를 다니며 마치 자신의 집 마당을 치우 듯 항상 열심히 일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늘 미소를 머금은 채 땀을 흘리며 일하는 그가 청소하는 거리는 항상 깨끗했다.


어느 날 지나가던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참 행복해 보이십니다. 그런데 이런 어렵고 궂은일에 만족하십니까?”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전에는 내 일에 대해서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늘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인생의 고통과 역경을 체험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습니다. 저의 생각과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하는 청소일이 더러운 지구의 한구석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지요. 이렇게 살아서 제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세상을 살면서 더 이상 감사할 일도 없고 보람도 느끼지 못한다면 분명 그 사람은 불행할 가능성이 크다. 매일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우리가 살면서 중요한 것은 가치의 질서를 바르게 알고 깨닫는 것이다.


보물과 진주가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보물과 진주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돌에 섞여있어도 빛나는 진주와 보물을 볼 수 있는 눈이 없다면 엉뚱한 걸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실수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일들은 우리 일생에서 비일비재하다. 전혀 가치 없는 것을 뒤쫓아 허송세월하고 돌멩이를 진주인 양 착각하고 부둥켜안고 살고 있다. 그것의 진정한 가치가 밝혀지면 모든 것을 잃어 망연자실하고 낙담하고 만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모두 가치 있다. 중요한 것은 가치의 질서를 분명히 알고 깨닫는 것이다. 늘 우리 주위에 있는 친구나 은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늘 나의 곁에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삶은 모든 것이 신비롭고 소중하다. 수많은 자질구레한 기억들뿐 아니라 힘들고 고통스런 일들까지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깨달을 때, 우리는 인생의 잠에서 깨어나 삶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어떤 편견이나 고집스런 관념 등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 삶의 가치 질서를 올바르게 알고 사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삶이 아닐까.


허영엽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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