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위해 '출산의 날' 만든 이탈리아…"인종차별" 비난 뭇매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마련한 캠페인 ‘출산의 날(fertility day)’이 연일 구설을 낳고 있다. 성·인종 차별 논란 등이다. 정부에겐 ‘구설의 날’인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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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엔 나이가 없지만 생식력엔 나이가 있다’는 문구가 담겨 있는 광고

지난 8월 초 이탈리아 보건부는 22일 출산의 날에 앞서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는 젊은 여성이 모래시계를 들고 있고 사진과 ‘아름다움엔 나이가 없지만 생식력엔 나이가 있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당시에도 “성차별”이라거나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청년층을 모독하는 것”이란 반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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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을 막기 위한 건전한 생활 방식’이란 제목의 팸플릿

최근 공개한 팸플릿에는 ‘불임을 막기 위한 건전한 생활 방식’이란 제목으로 두 부류의 젊은이들이 등장하는 사진이 실렸다. 상단엔 환하게 웃고 있는 네 명의 젊은 백인들, 하단엔 레게 머리를 한 흑인 등 다양한 인종들이었다. 그리곤 상단을 사진을 ‘장려해야 할 바람직한 습관’, 하단 사진을 ‘버려야할 친구들’라고 규정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명백한 인종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 이용자인 크리스티아노 발리는 “백인은 바람직하고, 흑인과 레게머리와 흡연자는 나쁘다는 게 이탈리아 정부의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일각에선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2일엔 시위도 벌어졌다. 시위 현장에서 “우린 아이보단 일·급여를 기대하고 있다”는 글귀가 보였다. 보건부는 “인종차별주의는 인종차별주의자의 눈에만 존재하는 법“이라고 맞섰다가 문제의 홍보물을 회수하겠다고 물러섰다.

이탈리아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1.39명으로 유럽연합(EU)에서 최하위권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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