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부키완 거리먼 「신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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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의 전통적인 무대양식의 예능은 「노우(능)」와 「분라쿠(문악)」, 그리고 「가부키」를 꼽는다. 「노우」는 저승의 원혼을 중심으로 한 가면극이고 「분라쿠」는 시정의 세계를 중심으로 한 인형극인데, 「가부키」는 현세적인 인간의 극이라는 점에서 「노우」와 확연히 대치된다.
그러므로 이미 「노우」와 「분라쿠」의 무대를 접한바 있는 우리로서는 30일과 31일(하오7시30분)의 문예회관 대극장에서의 「가부키」무용의 내한 공연에서는 드라머로서의 「가부키」 무대양식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문화교류란 그 나라 문화의 정수를 접하기 위한 것이고 그러기에 입장권이 매진될 정도로 일반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것이 아닌가. 「가부키」 드라머에서 막간적성격을 띤 「가부키」무용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을 터이다.
지난2월의 『한일오페라페스티벌』도 그렇거니와 이번 공연을 주선한 국제문화협회는 아직 문화교류의 기본태세가 정립되지 않고 즉흥적인 것같다.
왜냐면 이번 공연이 그나마 전통적인 「가부키」무용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신무용」처럼 전통춤을 자의대로 주물러 놓은, 이를테면 「일본식 신무용」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첫 번째로 등장한 『삼향수』의 경우를 보더라도 경축의 뜻을 갖는 이 춤은 지난번 「노우」극단이 연행한 것처럼 오랜전통의 남성 삼인무로 알고있는데 이번 공연은 남녀의 삼인무였고, 전통예능의 나이테(연륜)가 주는 흥취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사계의 꽃』에서 여성 2인무의 한사람이 명무이었을뿐, 지루한 느낌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겨울을 상징하는 은빛 부채춤의 군무는 적지않은 충격을 우리들에게 주었다.
해외공연에는 메뉴의 노란자위격이 되어온 우리나라의 부채춤과 같게 군무의 전원이 동그라미를 만들고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어 보이는 클라이맥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되면 어느쪽이 어느쪽을 표절한 것이 되는지. 창작의 연대적 고증을 통해서 구명되어야할 문제가 아닐수 없다.
그리고 일본춤은 물결처럼 흐르는 우리춤과는 달리 조급스럽거나 약간은 경망스러운 2박자의 음악을 하고 대나무의 마디눈처럼 포즈의 연결로 되어있기 때문에 우리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이번 공연의 지루함도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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