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대패 일 사회당|최대고민은 후계자 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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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특파원】최근 중·참의원 의원선거에서 대패한 일본 사회당이 계속 시끌벅적하다. 중의원의 경우 사회당의 의석은 해산전의 1백 10석에서 86석으로 대폭 후퇴했다. 이에 대한 책임문제로 27일에는 「이시바시」 위원장과 「다나베」 서기장 등 집행부 간부들의 총 사퇴까지 몰고 왔다.
인재가 고갈된 현시점에서 조직의 혼란을 막기 위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당이 깨질 위험마저 있으니 「이시바시」위원장이 그대로 눌러앉도록 해야한다는 소리도 높다.
창당 41년만에 최초로 노조출신의 위원장이 되었던 「이시바시」씨는 2년 전 당 대회에서 그동안 터부로 여겨왔던 자위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 자위대가 「위헌 합법적 존재」라는 식으로 사실을 인정했으며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정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 서서히 대한정책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는 또 지난 1월 당 대회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바탕을 둔 현 강령을 유럽형 사회민주주의 노선으로 전환시킨「신 선언」을 채택하고 계급적 대중정당에서 국민에 뿌리를 둔 정당으로서의 탈피를 서둘렀으나 보다 광범한 국민의 지지를 얻을만한 정책을 내놓는데 실패했다. 이런 상태에서 선거를 치른 것이 사회당에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집권 자민당의 당원이 3백 65만명인데 비해 제1야당인 사회당 당원은 겨우 6만 8천여명이다. 최대 지원노조인 일본 노동조합총평의회(총평)가 국민들 사이에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보수주의의 영향을 받아 역량이 저하되었으며 주로 노조출신으로 구성되어 노조당으로 까지 불리는 사회당 자체도 활력을 잃었다.
뿐만 아니라 사회당의원들은 자민당보다 평균연령이 높아 직접 지역구에 뛰어들어 주민들의 요구에 응할 융통성마저 발휘하지 못했다.
「이시바시」위원장은 최근 그의 사임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당장 한사람 한사람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의 탈바꿈을 호소했다.
사회당의 진통을 지켜보고 있던 「나카소네」 수상은 『사회당이 빨리 위신을 회복해 건전한 야당이 되길 바란다』고 점잖게 충고까지 했다.
사회당이 안고있는 최대의 고민은 후계자 난. 자칫하면 판이 깨질지도 모를 이 혼란을 누가 수습해서 이끌어 가느냐는 것이다.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위원장 후보는 「무토」(60) 부위원장과 「도이」(여·60) 부위원장. 「무토」씨는 사회당내 우파로 한국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도이」씨는 일본 동지사대학 강사 출신으로 그 동안 당에서 뼈가 굵은 여류정치가다.
한국에 대해서는「민주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선 라는 명목으로 방한을 시도했던 인물이나 일반적으로 한반도문제에 깊은 지식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도이」씨가 위원장을 맡아야한다는 당내 여론이 일고있는 것은 여성이 사회당의 얼굴로 나서 당을 주도하게 되면 국민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당으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략에서다.
오는 9월 7일에 열리는 임시 당 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위원장이 신사회당에 걸 맞는 정책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이를 대중운동으로 연결시킬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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