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김영란법 총정리 ①교사편] 외부 음악회서 연주한 K교수, 얼마 받아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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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예술기관이 주최하는 정기 음악회에 연주자로 초청받은 서울대 K교수는 1회 연주 후 얼마를 받아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연주를 한 대가로 받은 돈은 ‘사적 거래로 인한 정당한 권원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이라서 김영란법 적용의 예외에 해당한다. 하지만 얼마까지가 ‘정당한 금품’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다.

자문료 등 기준 애매한 경우 많아
서울대 법무팀 가이드라인 곧 발표

강진명 서울대 법무팀 변호사는 “앞으로 정당한 금품을 판단할 때 받은 돈의 액수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외부강의를 제외하고 교수가 자문 등 외부 활동에 대한 대가로 얼마까지 받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교수가 받는 자문료가 천차만별일 수 있어 적지않은 혼돈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강 변호사는 “김영란법은 알쏭달쏭하다”고 했다.

서울대 법무팀은 지난 8월부터 김영란법 대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왔다. 9월 말까지 이를 책자로 완성해 전 교직원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원래 법 시행 한 달여 전인 8월 말까지 완성하려 했으나 애매하고 알쏭달쏭한 부분이 많아서 늦어졌다. 황인규 서울대 기획부총장은 “전국 국립대학들의 김영란법 대비에 이번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몇 가지 애매한 사례를 소개한다.

◆법 적용 대상 시기?

Y교수는 올 초 A기업에서 연말까지 매달 3시간 강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시간당 40만원 사례금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9월 28일 이후 강의의 대가는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30만원 한도를 넘는다. Y교수는 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할까?

김영란법은 일반적인 금품의 경우 100만원을 초과했더라도 법 시행 전에 받았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법무팀은 “법 시행 전에 체결한 외부강의 계약을 문제 삼는다면 이 예외조항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외부강의의 기준은?

H기업은 서울대에 ‘임직원 리더십 향상’ 강의를 위탁했다. 서울대는 H기업으로부터 위탁료를 받고 일부를 강의자로 초청한 J교수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강의는 임직원들이 서울대로 직접 찾아와 받는다. 강의 장소도 서울대, 강의료 지급자도 서울대, 강의자도 서울대 교수다. 이게 외부강의에 해당할까?

법무팀은 “외부강의의 형태가 다양한데, ‘외부’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장소인지, 강의의 주최자인지, 강의료의 지급자인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강의는?

L교수는 온라인으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 인문학 교양강의를 진행한다. 강의를 위해 1회 3시간 녹화를 했다. 이 강의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계속해서 온라인상에서 유료로 제공된다. L교수는 자신이 3시간 강의료만 받을 수 있는 건지, 새 수강생이 생길 때마다 강의료를 추가로 받는 건지 궁금했다. 법무팀은 “온라인 외부강의는 강의 녹화가 1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1회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강의를 이용자가 다른 시점과 다른 장소에서 듣는다는 점에서 1회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맞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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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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