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핵 물자 거래한 中기업 대표 체포…북한 교역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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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북한 공연단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마샤오훙(밑줄 왼쪽에서 네번째).

북한에 핵 물자를 판매하는 등 북·중 교역의 핵심 창구인 랴오닝훙샹(遼寧鴻祥) 그룹의 마샤오훙(馬曉紅·44·사진) 대표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중대 경제범죄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루캉(陸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해당 기업은 중국 유관 부분에서 현재 법에 따라 경제 범죄 등 위법행위에 대해 조사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법무부 소속 검사가 북한이 5차 핵실험(9일)을 단행하기 이전인 지난달 베이징을 두 차례 방문해 중국 당국자에게 마 대표의 범죄 행위를 통보했다고 월스트리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 주 북한에 재정 지원을 제공한 혐의로 훙샹그룹에 대한 사법 조치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의회는 북한과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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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오훙 대표

중국 정부는 최근 마 대표와 그의 친인척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일부를 동결했다. 지난 18일에는 부정선거 혐의로 마 대표의 랴오닝성 인민대표(국회의원 격) 자격을 박탈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안보 싱크탱크인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훙샹그룹이 알루미늄과 텅스텐 등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이 가능한 재료를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본지 20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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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직원 출신의 마 대표는 북한이 자연재해로 중국과 교역을 시작한 1996년 대북 무역에 뛰어들었다. 중국 시사주간지 남방주말에 따르면 그는 2006년 10월 1차 핵 실험 직후 중유 2000t을 판매하기도 했다. 마 대표는 당시 북한에 화물트럭 80대를 제공하는 대가로 광산 채굴권을 확보했으며 평양 의류공장에도 투자했다. 마 대표는 당시 “정치 상황에 상관없이 분신쇄골 헌신할 뿐”이라며 “대북 사업은 도박”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의주특구 개발, 용천 폭발사건, 북핵 위기를 수 차례 겪으면서도 북·중 양국 정부의 비호 속에서 승승장구했다. 680명의 직원을 거느린 훙샹그룹은 2010년 중국 500대 민영그룹 중 189위에 올랐다. 마 대표를 과거 수 차례 만나본 단둥 소식통은 “성격이 호방한 여장부”라며 “훙샹 채널이 막히면 북한이 입는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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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오훙 대표

한편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뉴욕에서 만났다. 백악관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양국간 사법채널을 통한 협력 활성화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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