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까지 '한우물' 파는 전문직공무원제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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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국제통상·질병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장기재직이 필요한 분야에만 평생 근무하는 '전문직공무원' 제도가 내년에 생긴다. 짧게는 1∼2년 주기로 소속 부서가 바뀌는 현재의 일반직공무원 제도에선 이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을 양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일반직공무원 중 희망자를 내년부터 전문직공무원으로 우선전환한다. 또 이르면 2019년부터 5급 국가공무원 공개채용(옛 행정고시)에서도 일정 비율을 전문직공무원으로 뽑을 방침이다.

'전문직공무원제' 제정안 입법예고…내년 도입
5급 이상…통상·질병·재난·세제·환경·인사 분야

인사혁신처는 공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직공무원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문직공무원 인사규정' 제정안(대통령령)을 21일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9개 계급 체계(9급∼고위공무원단 나급)가 적용되는 일반직공무원과는 별개로 5급 이상 2개 계급(전문관·수석전문관)이 적용되는 전문직공무원제도가 내년에 신설된다. 공무원제도가 일반직과 전문직, 두 가지 트랙으로 이원화되는 것이다.

2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전문직공무원제도는 내년에 우선적으로 2∼3개 부처에 시범 운영된다. 혁신처는 입법예고 이후 부처별 설명회, 수요 조사를 거쳐 시범 운영 부처를 선정할 계획이다. 혁신처는 전문직공무원제도를 도입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국제통상, 재난·안전, 질병관리, 세제, 환경보건, 연구개발, 방위사업관리, 인사·조직 분야를 예로 들었다.

전문직공무원 중 전문관은 현재의 5급 사무관, 수석전문관은 4급 과장 또는 과장 보직을 맡지 않는 복수직서기관에 해당한다. 수석전문관 비율이나 숫자는 부처별로 재량껏 정하게 된다. 수석전문관 승진이 힘들 것을 우려해 전문직공무원이 되는 것을 기피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궁금한 대목은 전문직공무원을 어떻게, 얼마나 충원할 것이냐다. 정부는 일반직공무원 중 희망자가 있으면 전문경력을 고려해 내년부터 전문직으로 우선 전환해주기로 했다. 또 이르면 2019년부턴 5급 국가공무원 공개채용(옛 행정고시) 선발인원 중 일부를 전문직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전체 공무원 중 전문직공무원 비율은 내년부터 3년 간은 부처별로 평균 20~30%가 될 예정이다. 다만 실국의 특성에 따라 전문직공무원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인사혁신처 최재용 인사혁신국장은 "이 정도 비율은 돼야 전문직공무원제의 시범운영 성과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국 여건에 따라 전문직 비율이 많게는 70%에서 적게는 10% 등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이르면 2019년부터 전문직공무원 공개 채용



선진국처럼 국제통상 등 전문분야에서 20∼30년 간 일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공무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1990년대 이후 국제통상 다자간 협상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번 제기됐다. 하지만 전문성보다는 계급을 중시하는 한국 공직사회의 풍토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

김동극 인사혁신처장은 "이번 전문직공무원제 도입은 잦은 순환전보 인사에 따른 전문성 저하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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