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도심 폭탄 폭발…쿠오모 “명백한 테러 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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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8시30분쯤(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번화가에서 원인 모를 폭발이 발생해 행인 29명이 다쳤다. 소방관들이 장비를 옮기고 있다. [뉴욕 AP=뉴시스]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 번화가에서 사제 폭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터져 29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곧이어 인근에서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 폭탄과 흡사한 장치가 발견됐다. 뉴욕과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뉴저지 주에서도 자선마라톤 대회 직전 사제폭발물이 터졌다. 9·11테러 15주년을 맞은 뉴욕이 또다시 테러의 공포에 휩싸였다.

국제 테러조직과는 연결 안 돼
인근 지역선 압력솥 폭탄 발견
보스톤 마라톤 테러 때와 비슷

맨해튼을 뒤흔든 폭발은 현지시간 토요일인 17일 오후 8시30분쯤 발생했다. 폭발지점은 맨해튼 남서쪽 6~7애비뉴 사이의 23번가로, 관광객이 많이 몰리고 인구가 밀집된 첼시 지역이다. 시각장애인 지원시설로 이용되는 건물 밖에서 터진 폭발은 허드슨 강 건너에서도 소리가 들릴 만큼 강력했다. 목격자들은 “번개가 건물을 때리는 것처럼 커다란 폭발음이 울렸다”고 말했다. 인근 5층짜리 건물의 유리창이 순식간에 깨져 내렸다. 폭발물이 무엇이었는지는 규명되지 않고 있다. 폭발에 따른 파편을 맞은 최소 29명의 행인이 부상을 입었다.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 중엔 목숨이 위험한 중상자는 없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번 폭발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뉴욕에서 일어난 사제폭탄 사건 중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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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직후 뉴욕 경찰은 맨해튼 남쪽 일부를 폐쇄하고 수색에 들어갔다. 18일 자정 무렵 폭발 현장에서 네 블럭 떨어진 첼시 지역 27번가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전선으로 휴대전화와 연결된 압력솥이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당시 3명을 숨지게 하고 260명 이상을 다치게 한 압력솥 폭탄과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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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솥 폭탄도 발견

앞서 이날 오전 9시30분쯤 뉴저지주의 시사이드 파크에선 도로변 쓰레기통 안에 있던 파이프 폭탄이 터졌다. 해병대원과 가족들을 돕기 위한 자선 마라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마라톤 참가자가 많아 등록시간이 길어지면서 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5㎞ 마라톤 행사는 취소됐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것(첼시 폭발)은 고의적 행위”라면서도 “현 시점에선 테러와 연관된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또 “어떤 테러조직으로부터도 뉴욕시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은 없다”면서 “현재로선 뉴저지의 폭발과도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테러리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다. 뉴욕의 폭탄 폭발은 명백히 테러 행위다. 다만 국제 테러조직과 연결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IS 등 테러 세력으로부터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하루 두 건의 폭발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이번 폭발은 전 세계 정상들과 각료들이 대거 참석한 유엔 총회 기간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뉴욕 경찰이 경계를 최고 수위로 높인 상태에서 구멍이 뚫린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 경찰은 아직 범인의 윤곽과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드블라지오 시장은 뉴욕시민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번 폭발은 한창 달아오른 미국 대선 캠페인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폭발이 알려진 지 45분만에 입장을 발표했다. “뉴욕에서 폭탄이 터졌는데 아무도 무슨 일인지 정확히 모른다. 우리는 매우 강해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테러 위협 대처에 자신이 적임자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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