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노부부의 추석, 결국 비극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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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지난 15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가정집에서 80대 노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경기 연천경찰서와 연천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1시40분쯤 연천군의 한 가정집에서 "부모님이 숨진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관들은 집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숨진 A씨(83)와 B씨(80·여) 부부의 시신을 발견됐다. 방 안에선 타다 만 연탄도 발견됐다.

시신을 발견한 A씨의 딸은 "추석 아침에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아 걱정이 돼 직접 찾아왔더니 부모님이 숨져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지난 14일 밤이나 15일 새벽 사이에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집 우편함에선 '신문을 넣지 말라'는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02년 뇌출혈로 쓰러진 부인(80)을 혼자 돌봐왔다. 1남2녀를 뒀지만 따로 살았다고 한다.

추석 전날에도 집에는 A씨 부부만 있었다.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인 A씨는 추석에 방문할 친인척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집 안에서도 명절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 정확한 가정사를 알 수는 없다"면서도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고 부인의 투병 생활도 오래된 만큼 여러 가지 요인으로 A씨 부부가 신병 등을 비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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