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힐러리, '후보 교체' 가능성 논의

미주중앙

입력

대선 레이스가 요동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주에 폐렴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이 만일에 대비해 힐러리를 대신할 후보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5∼199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을 지낸 돈 파울러는 12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힐러리가 폐렴에서 회복하겠지만 민주당이 ‘긴급사태 대책’ 마련 없이 선거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대안 후보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ABC방송 논설위원 로키 로버츠도 “벌써 민주당 내 ‘다른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속삭임이 시작됐다. 조 바이든 (부통령) 이름이 거론되는데, 문제는 그가 힐러리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힐러리는 지난 11일 뉴욕 9/11 추모식에 참석했다가 어지럼증세로 휘청거려
중도에 자리를 떴다. 보좌관들의 부축을 받아 발까지 질질 끌린 상태로 SUV를 탄 동영상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또다시 건강 이상설에 휘말리면서 남가주 방문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힐러리는 당초 12일부터 이틀 동안 남가주를 방문하면서 후원행사와 함께 NBC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 출연이 예정됐었다. 힐러리는 여전히 열과 심한 기침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그래도 이메일 스캔들로 골머리를 앓았던 힐러리는 이제 자신의 건강 이슈와도 싸워야 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차민영 내과 전문의는 “폐렴 환자는 절대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노인들의 경우, 폐렴이 심각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며 “힐러리 후보의 경우, 당일 회복한 모습을 보여 폐렴이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캠페인을 강행군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힐러리는 내달 69세, 그의 경쟁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공화)는 70세로 모두 고령이라 두 후보 모두 의료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이에 트럼프는 “지난주에 건강검진을 했다”며 “이번 주 목요일(15일)에 닥터 오즈 쇼에 출연해 건강기록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힐러리도 금주 내 의료 기록을 공개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재임 중 병으로 사망한 역대 미국 대통령은 4명이다.

9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해리슨은 힐러리처럼 폐렴 진단을 받은 뒤 취임 한 달 만에 사망했다. 당시 힐러리 나이와 같은 68세였다. 12대 대통령 재커리 테일러는 급성 위장염으로 65세에 숨졌고, 29대 대통령 워런 하딩은 심장마비로 57세에,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뇌출혈로 63세에 눈을 감았다.

역대 대통령 중 병을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

갤럽에 따르면 우드로 윌슨은 임기 중에 뇌줄중으로 쓰러졌고, 로널드 레이건은 비밀리에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버 클리블랜드는 극비리에 요트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받느라 4일 동안 백악관을 비웠다.

물론 이들은 ‘강한 대통령’ 이미지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판단하에 이 같은 결정들을 내렸다. 라스무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86%가 대선후보의 건강이 ‘중요하다’고 했고, 이 가운데 43%는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대통령의 체력이 국력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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