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DVD] 숨막히네, 히치콕의 첩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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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의 대가 앨프리드 히치콕의 작품 14편이 박스 세트로 출시됐다. '새''이창'과 같은 대표작에서부터 '해리의 소동''패밀리 플롯'처럼 덜 알려진 작품까지 망라돼 있다. 말기 작품인 스파이 영화 두 편으로 더위를 잊어보자.

◆ 찢어진 커튼(Torn Curtain)

미국의 유명 핵물리학자 마이클(폴 뉴먼)이 동베를린으로 망명한다. 비서이자 약혼녀인 사라(줄리 앤드루스)는 놀람과 배신감을 느끼지만, 망명지로 따라간다. 린트 박사의 연구를 훔치기 위해 거짓 망명한 마이클은 사라에게 이 사실을 고백하고 함께 탈출한다.

1966년작인 '찢어진 커튼'은 냉전 배경 스릴러물로 흥행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히치콕은 이 영화에 불만이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의 절반인 75만달러나 가져간 두 주연배우 때문이었다. 뉴먼은 대본에 대한 불만을 14개 항목으로 정리해 히치콕에게 제출한 데다, 자기식 연기를 고집했다.

앤드루스는 '사운드 오브 뮤직'과 '메리 포핀스'의 성공으로 뮤지컬 스타 이미지가 강해 처음부터 원치 않았던 배우였고. 신세대 스타들로 인해 심기가 불편했던 히치콕은 이후 "만달러도 아깝다"며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았다.

3막 구성의 '찢어진 커튼'은 여주인공-남주인공-두 주인공 시점으로 그려진다. 경호원을 죽일 때, 린트 박사에게 공식을 빼낼 때, 발레 공연의 서스펜스는 히치콕표 영화임을 확인시켜준다.

◆ 토파즈(Topaz)

KGB 본부장의 보좌관이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는 토파즈라 불리는 이중 첩자와 KGB가 분해한 물건이 쿠바로 옮겨지고 있다는 정보를 내놓는다. 미국의 요청을 받은 프랑스 첩보원 앙드레(프레드릭 스테포드)가 쿠바로 날아가, 연인 화니타의 도움으로 소련 미사일의 이동 장면을 촬영한다. 프랑스로 소환된 앙드레는 다시 토파즈 색출에 나선다.

'토파즈'는 폭력과 피를 보여주지 않고도, 피가 넘치는 느낌을 만든 화니타의 살해 장면으로 유명하다. 총을 맞은 화니타가 서서히 주저앉을 때, 꽃이 피어나듯 치마자락이 펼쳐지는 장면을 아름답게, 충격적으로 기억하는 올드 팬이 적지 않다. 대사 없이 장면을 설명하는 히치콕식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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