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트럼프 ‘막말 퍼레이드’…난타전 치닫는 11월 미국 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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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공화당 대선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중앙포토]

미국 대선(11월 8일)이 6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간 막말 설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지지율 차이를 바짝 좁혀오자,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강한 어조로 트럼프 지지자를 비난하고 이에 트럼프가 재차 맞대응하는 형국이다.

클린턴 “트럼프 지지자 절반, 인종주의자”
성적 소수자 표 결집 목적으로 트럼프 비난
트럼프 “힐러리, 총으로 사람쏴도 기소 안될 것”
공화당 지지자 "힐러리 감옥에 가두자"

지난 9일 힐러리 클린턴은 뉴욕에서 열린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트랜스젠더) 기부 행사’에서 “극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 절반은 개탄할만한 집단이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이들은) 인종과 성차별주의자들이며 동성애, 외국인, 이슬람 혐오 성향을 띤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머지 절반은) 정부와 경기 침체에 낙담해 변화에 절망적인 개인들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클린턴의 강경 발언은 전통적인 ‘민주당 표’로 볼 수 있는 성적 소수자 집단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초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릿수까지 벌려놨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노동절(5일)에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45%를 얻어 클린턴(43%)을 2%포인트 차이로 역전했다.

클린턴의 발언이 알려지자 트럼프 캠프는 즉각 발끈했다. 켈리엔 콘웨이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은 트위터에 “열망과 희망을 주겠다고 약속한 지 하루 만에 힐러리가 수백만의 미국인을 모욕했다”고 썼다.

트럼프 본인도 직접 클린턴 비판 대열에 나섰다. 10일 대표적 접전지 플로리다 주(州) 펜서콜라 유세에서 트럼프는 미 사법당국이 ‘e메일 스캔들’과 관련, 클린턴을 불기소한 것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기소를 피하는 것, 그것이 바로 클린턴의 유일하고 훌륭한 업적”이라며 “클린턴은 철통보호를 받고 있다. 그녀가 지금 이곳에 들어와 2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으로 누군가의 가슴 한복판을 쏜다고 해도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들은 클린턴을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라는 구호를 연호했고, 이에 트럼프는 “감옥에 가두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을 할 것이다. 바로 11월 8일(대선일)에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도 클린턴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갔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나의 지지자들, 훌륭하고 열심히 일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아주 심하게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향후 여론조사에서 이 발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겨냥한 클린턴의 발언이 오히려 역풍을 초래하면서 그녀의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미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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