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카펫·욕설 논란에도 쿨한 오바마, "아시아에서 무시? 절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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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한 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영접자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시아 방문 일정을 마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 아시아에서 무시를 당하고 아시아 지도자들로부터 리더 지위를 거부당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힘주어 부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중국 항저우 샤오산 공항에서 비상용 접이식 계단을 밟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을 이용한 다른 정상들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라오스에서는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으로부터 “개xx”라는 욕설을 듣기도 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이를 두고 “내가 중국에서 오바마처럼 대우를 받았다면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8일 아시아 방문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결례’를 당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특히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욕설에 대해서는 “나를 향한 개인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두테르테가 그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왔고 심지어 교황에게도 던졌던 것으로 안다”면서 “그저 습관으로 보인다”고 가볍게 넘겼다.

중국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레드카펫 깔린 계단을 제공하지 않은 것도 의전 준비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갖고 다니는 이동식 계단을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중국 정부와 논쟁을 벌였다. 중국 측이 최종적으로 이동식 계단 이용을 허가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까지 설치할 시간이 부족해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기 동체 가운데 위치한 비상 계단을 통해 내리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항의 보안과 미디어 취재를 놓고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협조하는 과정에서 터진 일”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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