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맨들이 말하는 「대학생활 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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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좌담 참석자>
김미숙<성신여대 지리과 1년> 박덕자<이화여대 정외과 1년> 박수원<성대 행정학과 1> 양혜경<연세대 법학과 1년> 이경진<서울대 외교학과 1년> 이율희<고려대 철학과 1년>
격심한 입시경쟁을 뚫고 올 봄 대학에 입학한 대학 1년생들이 첫학기를 끝냈다. 학원소요가 정치·사회문제의 초점이 된 이시점에서 과연 이들은 무엇을 느꼈고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좌담을 통해 (20일) 알아본다.
▲이율희=우선 여러분은 과선택에 만족하나요? 아직은 제가 다니는 철학과에서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특별한 것을 배우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조금 실망하고 있어요.
▲박덕자=저는 대학 졸업한 후 외교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의과를 선택했는데 아직은 보편적인 개론에 그쳐 맹물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학기 중 영어로 된 원서를 대하니 영어공부도 되고 자극이 돼 흥미가 생기더군요.
▲박수원=저는 어느 학과를 택하든 현재로선 별 상관없다고 봐요. 들어와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 아뭏든 고등학교때 아예 과를 선택하는. 것은 무리고, 과선택은 안목이 생기는 2학년쯤 하도록 했음 좋겠군요.
▲양혜경=공부도 중요하지만 친구 및 선배관계가 대학생활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고 봐요. 지방출신 탓인지 처음엔 친구를 사귀지 못해 소외감이 컸어요.
▲이경진=대학친구는 고등학교때와 달리 공동관심사를 깊이 논의할 수 있어 동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엇보다 1박2일 일정의 회원훈련(MT) 을 통해 선배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대인관계에서 얻는 공부가 크구나」 실감했어요.
▲박덕자=저는 대학 1년때부터 목표달성을 위해 계획적인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여학생인 탓인지 많은 친구들이 아직은 그런데 신경을 안 써 함께 노력하며 공부할 수 있는 친구가 아쉬워요. 문제의식도 남학생보다 약한 것 같고….
▲김미숙=대학에 들어와 대학인이 곧 지성인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굳이 선택받았다는 생각도 없어지더군요.
▲양혜경=그러나 나는 대학 문화 속에 뭔가 큰 게 있다고 봐요.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진리를 대할 수 있다 할까요?
▲이경진=최루탄가스가 터지는 가운데 입학식을 하면서 신문으로만 접했던 현실 속에 서 있게 됐구나 생각했지요. 계속되는 학생시위의 충격 속에서 흔히 말하는 대학의 자율이라는 것은 스스로 해답을 찾아 행동해야하는 외로운 것임을 절감했죠. 자율은 책임 또한 요구하니까요.
▲양혜경=고등학교때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질서문란의 행동으로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선배들을 만나니 그들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고, 부모님이나 교수님의 말씀과 많이 달라 혼란과 좌절감을 느꼈어요.
▲이율희=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해하고 교수님들은 현 시국의 본질파악을 주저하면서 방관·침묵하거나 진실을 가르쳐주지 않는 단순한 지식전달자라는 기분도 들어요.
▲박수원=대학에 들어와 학내문제를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을 보고 매스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죠.
▲이경진=일부 어른들은 회원훈련을 모두 집단의식화운동인양 걱정하지만 1박2일의 일정속에 같이 먹고 밤새워 얘기를 나누는데 불과하고 판단은 내가 하는 것 아닙니까?
▲양혜경=뚜렷한 확신이 서지 않아 학생시외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막연한 죄책감이 서를 괴롭혔어요.
▲박덕자=대학생들이 마치 데모만 일삼는 것처럼 보지만 그에 적극 참여하는 학생은 많아야 10%전후고 나머지학생들은 대학이 주는 학문의 기회와 학교 행사 등을 통해 대학인으로서의 기쁨을 만끽하는것 같아요.
▲이경진=저는 이성을 배우는 기회로 서너 차례 미팅을 해 보았는데 여학생들의 여권 신장론이 재미있더군요. 여성과 남성에 차별은 없되 구별은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인데 어떤 사람은 구별과 차별을 혼동해요.
▲김미숙=저도 몇 번 미팅을 해봤지만 남학생들의 여학생에 대한 편견을 대하고 역시 여권신장은 여자들이 쟁취해야하는 것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박수원=아뭏든 대학생활은 발로 뛰어 얻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교수님의 가르침에 그친다면 고등학교 때와 다를 바 없고…공부하는 법을 배웠으니 이제 올 여름 방학은 스스로 책을 찾아 그 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해야겠어요.
▲이경진=저는 방학동안 보다 현실과 부딪쳐보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요. 농촌활동을 해볼 생각인데 실현될지 모르겠읍니다. 농촌활동은 대학생의 농민의식화운동이 아니라 노동의 참 의미와 가치 및 기쁨을 배우는 학습기회라고 봅니다.
▲박수원=정말 새학기에는 안정된 캠퍼스에서 맘껏 대학의 자유를 누리며 참다운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이경진=학생들의 외침은 사회를 깨어있게 하는 힘으로 필요할 때가 있다고 봐요. 정도의 문제요, 방법의 문제지…폭력이나 기물파괴는 대학인다움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박수원=우리들이 난제로 생각하는 많은 캠퍼스의 문제가 교수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로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학기에는 선생님들의 참다운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정리=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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