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춤…주도세력 없어, 조정장세 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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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요즘 주식투자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최근 증시는 지난 14일 지수가 720선까지 오른 이후 하루나 이틀 반짝하다 다시 주저앉는 전형적인 조정장세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최근 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여름 장마처럼 지루하고 짜증나는 증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쉬어가는 증시=주식시장을 달궜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공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외국인들의 순매수는 하루 평균 2천4백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2일 이후 3일 동안 하루 평균 5백20억원에 그쳤다. 특히 24일 증시에선 7백57억원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매수나 매도 모두 평상시보다 크게 줄었다.

대우증권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투자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이 일어나면서 외국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기관과 개인투자자들도 선뜻 주식을 사들이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는 주도세력이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또 10,000포인트를 넘어설 기세였던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예상에 못 미치는 2분기 기업실적과 불투명한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사례로 볼 때 이 같은 조정 장세는 한달 정도 더 이어질 수 있다"며 "이달 경기지표가 발표되기 시작하는 8월 중순께에야 증시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정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상승 추세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미래에셋증권 김현욱 연구원은 "8~9월 D램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산업이 개선될 여지가 많다"며 "IT는 전체 증시를 이끌어가는 힘이 세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증권사 추천종목 10사10색=지수가 일정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자 증권사들도 유망종목을 추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다만 특별한 이유 없이 수급이 불안정해 하락폭이 컸던 종목과 주당순이익 등이 높은 우량주가 유망하다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조정 기간 중 3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그동안 기초여건(펀더멘털)이 괜찮은데도 낙폭이 컸던 LG상사.CJ.현대미포조선 등을 반등 예상 종목으로 추천했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단기 급등주를 따라가기보다 대형 우량주와 실적이 뒷받침된 업종 대표주들이 조정받을 경우 이를 매수기회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메리츠증권 유성엽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비(非)IT업종이 조정장에서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투자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내수경기는 부진하지만 수출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만큼 수출 중심 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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