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10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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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유월 초이튿날, 서문경이 큰 가마와 홍등 네 쌍을 맹씨 친정집으로 보내어 맹씨를 데리고 와 혼례식을 올렸다. 친정 언니 맹대수와 맹이수가 따라오고 맹씨의 시고모와 시동생인 양종보도 혼례식에 참석하였다. 양종보는 머리를 묶어 올리고 푸른 비단 옷을 입고서 제법 의젓하게 말까지 타고 왔다. 이제 청년이 다 되어가는 양종보를 키운다는 구실로 맹씨의 돈을 뜯어낸 장사는 혼례식에 참석할 면목이 없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서문경과 맹씨는 공뇌이식(共牢而食)이라 하여 소.양.돼지의 희생제물을 한 점씩 함께 먹음으로써 존귀를 같이 하기로 다짐하였다. 그리고 반으로 잘린 바가지를 하나로 합하여 송료주를 함께 마심으로써 몸을 합하는 부부가 되었음을 나타내었다.

서문경은 여러 차례 혼례식을 치렀고 맹씨는 두번째 혼례식을 치르는 것이었지만 두 사람 다 처음으로 혼인을 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

혼례식을 마친 후 서문경은 양종보에게 비단 한 필과 옥구슬 한 쌍을 선물로 주었다. 양씨 고모에게는 약속대로 은 일흔 냥과 비단 두 필을 드리며, 자신을 친조카처럼 생각하라면서 서로 자주 왕래하자고 하였다.

밤이 되어 사람들이 물러가고 신방에 서문경과 맹씨만 남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당신을 옥루(玉樓)라 부르겠소."

서문경이 맹씨의 옷들을 하나하나 벗겨가며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왜 내가 옥루이지요?"

맹씨가 드러난 젖가슴을 살며시 서문경의 가슴에 대며 약간 코맹맹이 소리를 내었다.

"당신은 가슴에 옥구슬들을 차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당신이 걸을 때나 몸을 움직일 때 그 옥구슬들이 쟁강쟁강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아요. 당신은 옥으로 만든 누각이지요."

"옥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부끄러워요. 나는 처녀도 아니고 한 지아비를 이미 섬겼던 몸이라 옥은커녕 구리라고 해도 족한 여자인 걸요."

"아니오. 당신은 옥루요. 앞으로는 내 앞에서 지아비를 섬겼던 몸이니 하는 소리 입밖에 내지 마시오."

아닌게 아니라 서문경은 맹씨의 몸에서 양씨의 흔적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싶기만 했다. 금련과 몸을 섞을 때는 그녀의 남편인 무대의 흔적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맹씨의 경우는 전 남편 양씨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금련의 몸에는 장대호와 무대의 흔적이 두루 섞여 있고 무대라는 자가 서문경과 비길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런지도 몰랐다. 하지만 양씨는 서문경 못지 않게 부자였고 용모도 수려하지 않았던가.

양씨는 서문경이 지어주는 강정제를 철마다 먹었으므로 그 정력도 남부럽지 않았을 것이었다. 양씨가 맹씨를 잠자리에서 얼마나 만족시켜주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양씨보다는 서문경 자신이 맹씨를 더욱 만족시켜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데 신경을 쓰고 혼례식을 치르느라 긴장을 해서 그런지 서문경은 막상 맹씨의 몸을 안으려고 했을 때는 기력이 약해져 있었다. 이럴 적에 금련은 현란한 기술로 서문경의 몸 구석구석이 살아나도록 해주었는데, 맹씨는 오히려 수줍음만 타며 서문경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옥루, 옥구(玉口)를 사용해주시오."

서문경이 맹씨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안쪽으로 슬그머니 밀며 호소하듯이 중얼거렸다.

"옥구라니요?"

맹씨는 머리가 서문경의 손에 밀려가면서 혀끝으로 가볍게 그의 배를 쓸어주었다.

"입으로 말이오, 입으로 해주면 빨리 살아나요. 오늘 너무 긴장을 했는지 힘이 드오."

"전 입으로는 할 줄 몰라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제 입이 너무 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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