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부족 현대중, 도크 1곳 용도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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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울산 본사 조선소 도크 중 한 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용도를 변경했다. 1973년 창사 이래 일감 부족으로 도크 가동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10개, 군산 1개 등 모두 11개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1973년 창사 후 가동중단은 처음

1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제4도크의 용도를 변경해 선박을 보수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도크는 선박 블록을 조립해 선체를 만드는 선박 건조의 핵심 시설이다. 현대중공업은 제4도크에 물을 채워 ‘안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벽에선 선박 마무리 공정인 파이프·전선 설치 등 의장·설비작업을 진행한다. 수주 물량이 줄면서 선박 건조 시설을 후작업 공정으로 변경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길이 382m, 폭 65m 규모의 제4도크는 현대중공업에겐 상징성이 큰 곳이다. 1977년에 완공돼 연간 3~4척의 초대형 선박이 이곳에서 건조됐다. 창업 초기부터 회사의 성장과 호황기를 주도한 시설이라는 게 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경영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도크별 효율성 검토에 착수했다. 선박건조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는 순차적으로 용도 변경에 들어갈 방침이다.

도크 가동 중단은 수주 절벽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단 9척의 선박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39척이었다. 1~7월 누적 수주금액은 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 수준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1개 도크 시스템은 연 80~100척의 수주를 받는 호황기 때의 시스템이다. 올해는 그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용도를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득진·강승우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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