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32.5%, 정신건강 적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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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의 정신건강이 세월호 참사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피해자 가족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아직 이들에겐 심리지원을 하지 않고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유가족보다 비율 더 높아
아산병원 "3등급 가족까지 심리지원 꼭 필요"

이같은 내용은 서울 아산병원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지원단의 상담을 받고 있는 1,2단계 피해자와 가족 5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습기 특위) 위원인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로부터 받아 1일 공개했다.

아산병원은 정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확실하거나(1단계), 가능성이 높은(2단계) 것으로 판정을 받은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 등 548명을 조사했다. 피해자 중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이의 비율은 43.2%였다. 가족 중에선 이보다 낮디만 32.5%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중 31.7%, 메르스 유가족 중 17%가 정신건강에 문제를 보인 것에 비해 더 높은 수치다.

아산병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에게 나타난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피해자 유가족보다 더 높은 수준인 만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피해자에서 가족과 유가족으로도 확대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따른 정신건강지원은 1,2등급을 받은 피해자 본인에 한정되고 있다. 아산병원은 "1,2등 피해자 가족은 물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낮은 3등급 피해자와 그 가족도 심리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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