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대학병원도 합법 vs 불법? … ‘1인1개소법’논란 지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기사 이미지

의료인은 두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는 일명 ‘1인1개소법’에 서울대병원과 같은 비영리법인 병원도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법 '의료인 1개 병원만 운영'
"서울대병원 정관 등도 위배 소지"
일부 의료계 주장…정부 "대책 마련"

일부 의료계 등은 서울대병원 정관 등을 토대로 법률적 잣대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서울대병원장 역시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2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정관 27조 3항에는 ‘서울대병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분당서울대병원 운영위원회를 둔다’고 명시돼 있다. 분원의 병원장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원의 병원장이 분원 운영에 직접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정관에 따르면 의료인인 서울대학교병원장은 두 개 의료기관(서울대학교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므로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이때 서울대학교병원장은 서울대학교병원 개설자가 아니고 운영권만 가진 것이므로 의료법 33조 8항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법 개정 당시 법제처와 보건복지부가 내린 유권해석을 참고할 수 있다.

법제처와 보건복지부는 “본인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있는 의료인이 다른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이사진의 일부로서 운영에 참여할 경우 1인1개소법을 위반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의료인이 두 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개정 의료법 33조 8항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2011년 당시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의료법 33조 8항에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법은 ‘병원 개설만 금지하고 다른 병원 경영엔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석됐는데 새 법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단서가 추가됐다. 이는 국회를 통과해 2012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입법 당시부터 치과계가 유디치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유디치과법’이라고도 불렸다.

서울대학교병원이 1인1개소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파장은 커질 수 있다. 불법의료기관이 되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환수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법 개정 이후부터 현재까지 5년이 흘렀는데 그간 서울대학교병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를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금액을 환수 당하는 대상이 개설자인 재단법인과 운영자인 병원장 중 누가 되어야 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물론 분원을 두고 있는 국내 여러 대학병원들도 유사한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할 경우 법망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법조계 한편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해당 의료법의 개정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종식 법무법인 신앤유 변호사는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법제처 등 유관 기관이 모두 반대 의견을 개진했으나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74일 만에 졸속 개정되었기 때문에 의료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1인1개소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7월 5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법 33조 8항에서 정의하는 ‘운영’의 범위가 모호해 의료컨설팅의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2017년 상반기까지 보건복지부를 통해 의료기관이 이용할 수 있는 경영 지원서비스의 허용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