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저작권보호 아직 이르다|출판인중심 반대운동 격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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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외국인 저작권 보호를 반대하는 출판인들의 운동이 격렬해지고 있다.
40여개 출판사 대표·편집자·영업자등 1백여명의 출판인들은 지난 21일 하오 서울 마포구신수동 출판단지내 광장에서 「외국인 저작권보호반대 궐기대회」를 가진 바 있다. 이들은 이날 1천여권의 원서·번역서등을 불태우며「레이건」 미대통령과 미통상법 301조에 대한 화형식도 함께 가졌다.
이들은 또『현단계에서의 국제저작권조약 가입에 대한 전면적 투쟁을 주창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하고 앞으로 이 반대운동을 단계적으로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들은 전 출판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는 출판계가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대책회의 중심에서 적극적인 자구책으로 전환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감을 갖게 한다.
출판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정부가 88년 국제저작권조약 가입을 전제로 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중인 것과 때를 같이해 일어났다.
이들은 『이제 말로만 듣던 완벽한 외국인 저작권보호를 위한 법률안이 우리에게 움직일수 없는 현실로 나타났다』고 지적, 『미국으로부터 가해지고 있는 국제저작권조약에의 가입 압력과 나아가 저작권법 개정안의 성립 자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출판인들은 그렇다고 무작정 외국인 저작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우리가 보호해 줄 수 있는 정도의 보호만을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약속만 해놓고 못지키거나 지키려다가 바보 나라가 돼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주고 받을 것이 비슷한 상황에서 「보호」가 이뤄졌다는 점은 국제저작권의 역사가 보여주는 바며 그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출판인들은 결국 외국인 저작권 보호문제는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닌 「민족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외국인 저작권 보호가 민족문화 보호에 우선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출판인들은 완벽한 외국인저작권 보호가 민족문화에 끼칠 악영향으로 △선진적인 지식·정보·문화 수용이 선진국에 의해 좌우되고 △외국문화자본의 영향으로 우리 출판계가 위축되며 △독자 부담이 가중되고 정보와 지식의 단절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거기에 민족 경제에 끼칠 영향은 무엇보다 막대한 외화 부담. 95%대5%란 출판물의 극심한 수입 초과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추산대로라면 우리는 최소한 연2억달러씩의 로열티를 그것도 영구히 지불해야 될 판이다.
이는 20억∼30억달러 정도의 상품 수출을 했을 때 얻어낼 수 있는 이윤과 맞먹는 액수다.
출판인들은 정부가 이런 불균형 상태에선 불평등조약과 다름없는 국제저작권조약 가입을 거부하고 이와 관련된 일체의 대미협상을 공개하며 국제저작권문제같은 문화협정을 통상협상에 끼워 넣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저작권보호에 대한 출판인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대해 앞으로의 정부대책,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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