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표위치 굳어진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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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헌특위 구성에 참여키로 합의한 후 김대중·김영삼씨는 27일 하오 정국이 대결에서 대화로 급전한데 대해 각기 심경을 토로.
김영삼씨는『일반국민들이 조금 어리둥절해 하겠지…』라면서도 『정치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고 불안해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민주주의 한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니까 전술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
그는『2·12 서명운동』전개 이후 3개월만에 정부·여당은 호헌에서 임기 내 개헌으로 고집을 꺾었다』면서 『앞으로의 3개월 동안에도 그에 못지 않은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이기간 중 민주화의 초석이 세워질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피력.
김 고문은 대화와 타협에 대한 재야와 학생운동권의 비판에 대해『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 구속자 석방은 엄청난 일이 될 것이며 재야나 학생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리라 보지 않는다』고 주장.
그는 정부·여당으로부터 구속자 석방의 범위·내용 등을 시사 받은 바는 없다면 서도 『구속자 석방은 대규모로 이루어져야한다』고 뭔가 감을 잡고있는 듯한 낌새.
김 고문은 이례적으로 민정당 내부사정에 관해서도 언급, 『잘은 모르지만 노태우 대표의 위치가 굳어졌다는 인상이 비쳐진다』면서『민정당에도 후계자가 빨리 부각되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해 눈길.
한편 김대중씨는 두 사람간의 합의가 『투쟁방법상의 전환이며 목표를 양보한 것이 아니다』며 직선제당론의 유효함을 거듭 강조하고는『김영삼씨가 너무 앞서가는 것을 내가 제동을 많이 걸었다』고 귀띔.
김대중씨는「장외투쟁의 병행」「헌특의 9월20일까지 시한」「구속자 석방의 전제조건」등을 예로 들면서 『우리 둘의 합의는 타결 국면이라기 보다는 대화국면으로의 진입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
그는 또 『우리는 장외투쟁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표현했다』며『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얘기나 한번 해보자는 것』정도로 평가.
그러나 동교동계 참모들은 『지금 두 사람이 이견을 보이거나 분열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군지 뻔히 알기 때문에 김영삼씨가 저질러 놓은 일을 김대중씨가 뒤집지 않았을 뿐』이라고 씁쓸해 하면서 『정확히 말해 신문과 여론에 밀려 일시적 후퇴를 한 측면이 있다』고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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