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소의 중소기업 기술지도|「연구원 장기파견제」뿌리 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과학기술원 등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을 중소기업에 3개월이상 장기파견, 기술개발 및 자문역을 하는「연구원 장기파견제」가 긍정적 평가를 받고있다. 이 제도는 과기처가 유망중소기업을 육성키 위해 지난2월 최초로 시행한 것.
금년중 50여명을 파견할 계획인데 현재는 6명이 현장에 나가있다. 연구원은 기업체의 신청을 받아 평소 공동연구를 수행했거나 전공이 개발품목과 맞는 사람으로 선정됐다.
현장지도제가 어떻게 운영되며 개선점은 없는지를 알아본다.

<현장기술팀과 하나되어>
산업용 보일러를 제작하는 로봇보일러사(서울봉래동1가132)기술개발실. 신형보일러 설계에 따른 기술검토가 뜨겁다.
『연관의 배열간격을 70cm로 줄이는 것이 어떻습니까. 폭을 줄이면 상당한 원가절감효과가 예상되는데요.』 동력자원연구소에서 나온 성두용(32)연구원은 기술진과 설계변경 가능성을 논의한다.
『간격을 좁히면 연관이 수압에 못견디는 위험은 없을까요』현장기술자는 만일의 경우를 우려했다.
『그러면 한번 실험을 해봅시다.』
기술진은 현장테스트에서 간격을 줄여도 수압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 전체적인 보일러의 크기를 줄여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
연구원은 우리에게 기술적 이론을 제공, 제품판매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이 회사 성증석사장은 말한다.
전자교환기용 통신장치를 만드는 동아전기(서울용두동255의53)는 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방해를 없애기 위해 전문연구원과 계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6개월.
『회사에 츨퇴근하며 직원으로 생각하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명호연구원(33·전자통신연구소)은 기업의 빠른 추진속도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정보 등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있다고 밝혔다.
대전에서 올라온 이연구원은 봉급의 50%인 월35만원을 기업에서 추가로 받는다.
과학기술원의 최태부박사(33·생물공학)가 파견된 이연합성(서울동빙고동38의6)은 의료용·신제품개발에 사운을 걸고있는 회사.
최박사의 기술지도 및 실험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대학원출신의 전문인력을 고용하기도 했다.
이 기업은 기술집약형 회사이나 개발팀이 3명밖에 안돼 과기원 유전공학센터와 손을 잡았다.
유성락사장(42)은 『월44만원의 경비로 박사급 고급인력을 어떻게 쓸 수 있겠느냐』며 『우리는 최박사를 기술자문 및 기업체와 연구소를 연결하는 메신저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회사 연구원 2명은 직접 유전공학센터에서 고급연구기자재로 실험을 하고 있다.

<개선점>
연구원을 35만∼44만원의 경비로 활용하고있는 기업은 계약기간 3∼6개월이 너무 짧다고 주장한다. 이기간으로는 도저히 한 과제를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것. 성사장은 『5월이면 3개월 계약기간이 끝나 연장할 계획인데 연구소 사정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사장은 『연구원까지 동원해가며 개발한 신기술이 기술복사와 외국업체의 덤핑으로 허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적절한 기술보호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가 정착하려면 파견 연구원에 대한보장도 중요하다.
『현장에 파견되어도 본래 소속된 연구실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어 눈코뜰새 없습니다. 또 작은 회사이므로 자기 분야뿐 아니라 전체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조언도 해야하는 등 상당한 부담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연구원이 실험실을 떠나 연구결과를 실제 산업화하는데 참여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장재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