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진지한 주제 너무쉽게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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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MBC-TV가 9일밤 방영한 어버이날특집극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50대아버지 세대와 젊은 자식세대간 극단적인 가치관의 대립을 통해 드라머 공간을 「가족적 차원」에서 「사회·역사적 차원」으로 확대한 야심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2부에서 진행된 「패널식토론」은 이 드라머가 제기한 진지한 사회심리학적 주제들을 대부분 방기해버림으로써 결론적으로 『아버지…』를 안이한 프로그램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드라머 『아버지…』는 해방, 6·25등 역사적 격동기를 겪은 아버지세대가 자식세대들로부터 『부에의 집착은 천민근성』이라고 공격당하고 성장의 부산물로 남은 역사적 과오들을 책임지라는 비난에 몰려 가정과 직장모두에서 소외된다는 밀도 있는 내용.
그렇지만 이 드라머는 극이 진행됨에 따라 아버지세대를 일방적으로 동정하고 합리화하기 시작, 급기야 극의 말미에서는 「30년만에 처음으로 아버지 세대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딸이 아버지와 극적으로 화해한다는 억지논리를 끌어내 복잡한 극중 논리를 단순화시켜버렸다.
그러나 이 드라머를 더욱 훼손시킨것은 2부의 토론시간이었는데, 토론에 참가한 4명의 전문가들은 극중 아버지에 대해 『불쌍하다』는 식의 평면적 분석에 급급했고 『저토록 똑똑한 아이들을 기른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하냐』, 『이 가정은 잘될 것, 만사가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는 등 인상비평의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토론의 초점을 『노후건강은 항상 자기자신이 체크해야한다』는 엉뚱한 쪽으로 몰고감으로써 오랜만에 접하는 진지한 극을 평범한 사이코용 드라머로 추락시켰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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