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58) 경찰청장 후보자의 음주운전 사고 관련 의혹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23일 퇴임한 가운데 후임자에 대한 의혹제기가 이어지면서 경찰조직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야당 “음주 적발 후 사고낸 것인지
사고 후 음주 적발된 것인지 의문”
이 후보자 “행정구역 달라져 혼동”
의혹의 핵심은 1993년 11월 이 후보자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 신분을 어떻게 숨겼느냐다. 이 후보자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고 당시 부끄러워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징계받은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신분을 숨긴 덕분에 이 후보자는 징계로 인한 불이익 없이 경찰청 차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당히 큰 사고였는데 공무원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의문”이라며 “현장 경찰 조사 단계부터 사건 축소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사고 발생 지점도 미스터리다. 이 후보자의 음주운전에 대한 벌금 약식명령서에는 사고가 경기도 미금시 금곡동에서 일어난 것으로 적혀 있다. 앞서 이 내정자가 보험사 기록을 근거로 사고 장소라고 밝힌 ‘남양주군 별내면 부근 도로’와는 10여㎞ 떨어져 있는 곳이다. 박 의원 측은 “음주운전 적발 후 사고를 낸 것인지 사고 후 운전을 계속하다 단속에 걸린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판결문에 적힌 장소가 맞다. 미금시의 행정구역이 남양주군에서 분리됐다 합쳐지는 등 변화가 있어 혼동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벌금 약식명령서에는 음주운전 공소사실만 들어 있고 사고를 낸 혐의는 빠져 있어서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사람이 다치지 않은 사고는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이 공소사실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경찰청장은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없어도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24일 이 후보자를 경찰청장에 임명한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