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과학] 젓가락질 하면 똑똑해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의 지도하에 젓가락으로 콩을 옮기는 시합을 벌인다. 정기적으로 공기놀이 토너먼트도 벌인다.

포크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젓가락질을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그러나 일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치고, 공기 놀이를 하는 등 젓가락 사용 바람이 불고 있다. '젓가락 사용이 두뇌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속설 때문이다. 과연 이 말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을까.

경인교대 과학교육과 강호감 교수는 "손은 제2의 두뇌"라고 강조한다. 두뇌에서 손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부분이 가장 많을 정도로 손이 두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손의 기능을 정교하게 하면 두뇌 발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교수는 초등학교 때보다는 두뇌발달이 급속히 일어나는 3~6세에 이 같은 자극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인다.

특히 눈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보고 손을 이에 맞춰 움직이는 '눈과 손 간의 협응(協應)'이 두뇌발달에 좋다고 한다. 바늘에 실을 꽂는 일, 젓가락으로 미세한 물건을 집는 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젓가락을 사용할 땐 손가락뿐 아니라 손목과 팔굽까지 30여개 관절과 50여개 근육이 움직인다. 포크를 사용할 때의 운동량은 이의 절반에 그친다.

캘리포니아대 의대 신경생리학자인 프랭크 윌슨 교수도 "손으로 자꾸 만지고 조작하는 기회가 많아지도록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자신의 저서 '더 핸드'에서 강조한다. 손가락 끝으로는 3㎜ 간격의 점들도 구별할 수 있지만, 몸통이나 다리와 같은 부위는 이런 손가락 능력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로버트 크라우스 교수팀은 손 동작이 기억하기 힘든 단어를 상기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대를 꼭 잡고 있는 피험자들에게 단어를 찾도록 하는 퀴즈를 내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을 때보다 정답 단어를 덜 맞히거나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의 실험에 따르면 여섯 달 동안 피아노 레슨을 받은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그림조각 짜맞추기 능력이 3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젓가락 사용이 두뇌 발달을 촉진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꽤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정춘섭 교수는 "젓가락을 쓰면 운동신경이 발달한다는 것은 그동안 여러 실험 결과로 입증됐다. 하지만 창의력 같은 두뇌 계발과 직결되는지 아직 실험으로 검증된 바 없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심리학과 이정모 교수도 "몇년간의 학습 과정을 통제해 실험하기가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