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우병우와 경주지청 근무 때 형님·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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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국기 문란’ 행위를 했다고 비판한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우병우(49) 민정수석의 인사검증을 받았다.

지인들이 말하는 이 특별감찰관
“이, 보수도 진보도 아닌 회색빛
MB 사저 특검 때 청와대 소통 창구
우 수석이 감찰관으로 추천한 듯”

이 특별감찰관은 서울대 법대 81학번으로 1986년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년간의 연수원 생활(18기)을 보내고 89년 서울동부지청(현 서울동부지검)에서 검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동기 변호사들은 이 특별감찰관을 “품성이 좋고 수사도 잘하는 강직한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2006년부터 2년간 대검찰청 감찰2과장과 1과장을 차례로 지내며 ‘감찰’ 주특기를 갖게 됐다. 하지만 이후 지방에서 근무하다 2010년에 검찰을 떠났다.

원만한 성격 덕에 검찰 안팎에 적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특별한 ‘자기편’도 없었다. 그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색으로 표현하면 회색빛”이라며 “이념적으로도 보수도 진보도 아니었다. 협상력을 갖춘 성격 좋은 인물이라는 게 중평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이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사건 특별검사팀이 구성되며 특검보로 임명됐다. 특검팀에 근무했던 한 변호사는 “당시 특별검사팀에서 이 특검보가 청와대와 소통하는 창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서 추천한 이광범 특별검사와 청와대 사이에서 특검보였던 이 특별감찰관이 조율 창구가 됐다는 의미다.

대통령 친인척을 수사해 본 경험은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으로 그를 지명하며 빛을 보게 됐다. 새누리당이 추천했지만 우 수석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한 변호사는 “우 수석이 이 특별감찰관을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의 인연은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92년 경주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경주지청에서 형님·동생 하던 가까운 사이였다”고 기억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인 2005년 이들은 노무현 정부 사법 개혁의 검찰 측 주무 실무자로 다시 만났다. 이 특별감찰관은 실무추진단 검찰 파견자였고, 우 수석은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이었다. 두 사람은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던 법무부의 입장을 2006년까지 함께 대변했다. 다시 10년이 지난 2016년 두 사람은 수사 의뢰와 고발로 수사를 받을 위치에 섰다.

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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