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화배우는 주부모임 한묵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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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화선지에 숨쉬듯 배어나는 짙고 옅은 묵의 향기가 좋아 문인화에 빠져든 여인들이 있다.
한묵회(회장 이숙우)가 바로 그들. 강인숙 김기임 김민정 김애란 양음 우숙자 이숙우 이옥자 이춘희 조병연 최노계자 하경애씨 등 회원은 모두 12명이다.
당초 그림과의 인연이라곤 전람회 구경이 고작이었던 이들이 전시회 출품작가로까지 발전한 것은 82년 문화센터의 묵화반 수강이 계기.
30∼50대주부들로 집안일이나 독서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험삼아 붓을 들었던 이들은 『서로 격려하며 정진하자』는 뜻으로 83년 모임을 결성하는 것으로까지 발전했다.
한묵회의 정기모임은 매월마지막 토요일. 이때면 어김없이 모여 전영화교수(동국대한국화)의 지도받기를 4년째 계속해 오고 있다.
큰며느리가 적극 권유, 묵화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강인숙씨(55)는 『처음엔 붓과 먹이 낯설어 무척 겁이 났었으나 이젠 시간만 나면 붓을 쥘 정도로 친숙해졌다』고 흡족해 한다.
『예전에는 무료한 때가 많았으나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의 활력을 찾게됐다』는 김기임씨 (37)는『화선지 위로 묵이 번져 나가는 것을 보고있노라면 마음의 응어리가 함께 풀려가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정기모임때는 좌담을 갖고 서로 그간에 그려온 그림들을 비평하기도 하는데, 최노계자씨 (47)는『혼자서 그리던 때보다 여럿이 함께 활동하니 안목이 빨리 높아진 것 같다』고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기도 한다.
이들은 매월 5천원의 회비를 모아 매년 한차례의 전시회를 가질 정도로 알뜰파이기도 한데, 『우리 그림의 유일한 고객은 남편들뿐』이란말로 외조의 공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잊지 않는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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